2년 연속 가을 무대에서 펼쳐진 잠실 라이벌전. 1년 전, 신스틸러였던 최원준(27·두산 베어스)이 주연으로 올라섰다.
정규시즌 4위 두산은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준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2위 LG 트윈스를 5-1로 꺾었다. 역대 3전 2승제로 치러진 총 17번의 준PO에서 1차전 승리 팀의 PO 진출 확률은 100%다. 두산이 잡았다. LG전 포스트시즌 5연승도 이어갔다.
두산의 승리 주역은 선발 투수 최원준이다. 3번이나 득점권에 주자의 출루를 허용했지만, 빼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며 5이닝 무실점 투구를 해냈다.
슬라이더 위력이 돋보였다. 1회 말 2사 1·2루에서 상대한 LG 5번 타자 김민성은 포심 패스트볼 3개로 유리한 볼카운트(0볼-2스트라이크)를 만든 뒤 바깥쪽(우타자 기준)으로 흘러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2회 말 2사 2루에서 상대한 구본혁도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위기를 넘겼다. 스트라이크존에 꽉 찬 공이 타자 배트 끝에 맞고 유격수 정면으로 향했다.
두산 타선은 3회 초 1사 2루에서 나선 정수빈이 LG 선발 앤드류 수아레즈에게 중전 적시타를 치며 선취점을 냈다. 최원준은 리드를 지켜냈다. 4회 말에는 채은성에게 안타, 문성주에게 볼넷을 내주며 다시 실점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문보경을 삼진, 유강남을 투수 앞 땅볼로 잡아냈다. 유강남에게는 바깥쪽(우타자 기준) 슬라이더 2개를 보여준 뒤 몸쪽 높은 코스로 다시 한번 슬라이더를 구사해 빗맞은 내야 타구를 유도했다.
타선이 1점을 더 지원한 5회는 처음으로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승리 투수가 요건을 갖췄다. 두산은 7회 말 1점 추격을 허용했지만, 8회 2점을 더 달아나며 승리를 굳혔다. 최원준은 승리 투수가 됐다.
최원준은 지난 2년 사이 급성장한 투수다. 지난해 이용찬(현재 NC 다이노스)과 크리스 플렉센(시애틀 매리너스)이 차례로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대체 선발로 기용됐고, 9연승을 거두며 선발진에 안착했다.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시속 130㎞대 후반에 불과하지만, 제구력과 완급 조절 능력이 뛰어나다. 주 무기 슬라이더의 움직임도 매우 좋다.
최원준은 "선발 투수는 내가 항상 바랐던 보직이다. 그래서 더 힘을 내고 있다. 등판하면 마음이 편안하고, 집중력도 더 좋은 것 같다"라며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은 원동력을 전했다.
2020시즌 10승(2패)을 거둔 최원준은 2021시즌도 승승장구했다. 첫 14경기에서 한 번도 패전을 기록하지 않았다. 리그를 대표하는 우완 사이드암 투수로 인정받으며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까지 승선했다.
올 시즌은 멘털도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에는 9승을 거둔 뒤 한동안 고전했다. 3전 4기 끝에 간신히 10승째를 거뒀고, 이후 4경기는 승수 추가에 실패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아홉수' 없이 10승째를 챙겼다. 최원준은 "지난해 조바심을 냈던 지난해 경험을 돌아봤다"라고 전했다. 김태형 감독도 "지난 시즌 후반보다 경기 운영 능력이 성숙해졌다"라고 평가했다.
팀 선발진의 주축이 된 최원준의 위상은 가을야구에서도 증명됐다. 두산은 지난 시즌에도 준PO에서 LG를 만났는데, 당시 최원준은 불펜 투수로 나섰다. 선발 투수와 셋업맨 이승진 사이를 잇는 허리진이 헐거웠고, 김태형 감독은 선발은 외국인 투수들에게 맡긴 대신, 최원준에게 '연결고리' 임무를 부여했다.
최원준은 1차전에서 두 번째 투수도 등판, 1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임무를 완수했다. 2차전은 8-5, 3점 차로 추격을 허용한 5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판, 1⅓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두산은 2연승을 거두며 PO에 진출했다.
작년은 '신스틸러'였다. 올해는 주연이다. 두산은 정규시즌 후반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와 워커 로켓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했다. 최원준은 선발진이 무너진 상황에서 라이벌전 첫 경기에 등판하는 중책을 맡았다. 그리고 열세가 전망됐던 수아레즈와의 선발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두며 당당히 승리 투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