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T와 국내 기업 협업 현황. 넷플릭스가 독식한 한국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에 애플과 디즈니가 잇달아 출사표를 던지며 반넷플릭스 전선 구축에 나섰다. 기회를 놓칠세라 국내 포털·통신사들이 함께 연합전선을 구축, 경쟁사 추격의 고삐를 당기기 시작했다.
카카오엔터, 애플·디즈니 첫 한류 콘텐트 주인공
4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달 한국 서비스를 본격화한 '애플 TV 플러스'와 '디즈니 플러스'에 국산 오리지널 시리즈를 공급하는 첫 회사로 이름을 올렸다.
카카오엔터의 무기는 웹툰·웹소설을 중심으로 보유한 약 8500개의 원천 스토리 IP(지식재산권)다. 지난 7월에는 북미 최초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영문 소설 콘텐트 플랫폼 래디쉬의 인수를 마무리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카카오엔터는 이미 '이태원 클라쓰' '경이로운 소문' 등을 영상화해 한국과 일본 등에서 성과를 냈다.
하지만 네이버웹툰 원작 크리처물(괴물이 등장하는 장르) '스위트홈'이 독창성을 인정받아 공개 4일 만에 13개국 1위, 70개국 이상 상위 10위 안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우위를 가져갔다.
이에 카카오엔터는 넷플릭스와의 점유율 경쟁을 가속한 애플과 디즈니를 업고 최근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오징어 게임'의 영광을 재현한다.
애플 TV 플러스 오리지널 '닥터 브레인' 이미지. 애플 제공 첫 시작은 이날 애플 TV 플러스 한국 서비스 출시와 함께 선보이는 스릴러 '닥터 브레인'이다.
'장화, 홍련' '악마를 보았다' 등의 작품으로 이름을 알린 김지운 감독의 연출작이다. 영화 '기생충'으로 인지도를 쌓은 배우 이선균이 주연을 맡았다. 한 천재 과학자가 뇌를 동기화해 타인의 기억으로 들어가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았다.
내년 하반기에는 작가 강풀의 웹툰 원작인 '무빙'을 드라마로 만들어 디즈니 플러스에서 제공한다.
넷플릭스 좀비물 '킹덤' 시즌2를 연출한 박인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류승룡·한효주·조인성 등 스타 배우들이 출연한다. 남들이 모르는 비밀을 간직한 고등학생과 그 부모의 이야기를 다룬 초능력 소재 드라마다.
카카오엔터는 올해에만 영상 판권 50여 개를 팔았다. 닥터 브레인의 경우 김지운 감독을 직접 만나 협의한 뒤 시네마틱 드라마 총괄 크리에이터로 앉히는 등 기획·개발·투자 전반을 이끌었다.
강풀 원작 웹툰 '무빙'. 카카오웹툰 제공 배재현 카카오 CIO(최고투자책임자)는 이날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글로벌 OTT의 전 세계에 걸친 폭넓은 이용자층이 국가 간 경계 없는 콘텐트 소비 경험을 가속하고 있다"며 "다양한 장르와 형태의 콘텐트 제작 역량을 축적 중이다. 오리지널 IP를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콘텐트를 영상 포맷으로 선보이며 IP의 가치를 높여나갈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카카오엔터의 오리지널 시리즈는 애플·디즈니의 국내 시장 안착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의 통계를 보면, 올해 9월 국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점유율은 47%로 절반에 육박한다. 오징어 게임이 대박을 터뜨린 지난 9월에만 신규 설치자가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OTT 사업자들이 신선한 소재의 오리지널 콘텐트에 목메는 이유다.
KT·LGU+, 디즈니 플러스와 맞손
통신사 KT와 LG유플러스는 디즈니와 협업한 제휴 상품으로 가입자 지키기에 힘을 쏟는다.
SK텔레콤이 지상파 3사와 손잡고 운영하는 토종 OTT '웨이브'는 약 20% 점유율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지만, KT의 '시즌'과 LG유플러스의 'U+모바일tv'는 오랜 기간 한 자릿수 점유율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공룡과 무의미한 경쟁을 하는 대신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전략을 택했다.
LG유플러스는 '디즈니 플러스'와 IPTV·모바일 제휴를 맺었다. LG유플러스 제공 넷플릭스 때와 마찬가지로 디즈니 플러스의 IPTV 독점 계약권은 LG유플러스에게로 갔다.
오는 12일 제휴 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으로, 디즈니·픽사·마블·스타워즈·내셔널지오그래픽·스타 6개 핵심 브랜드의 영상과 프로그램을 TV에서 볼 수 있다. 5G·LTE 요금제 연계 상품도 내놓는다.
KT도 디즈니 플러스와 모바일 제휴 계약을 맺었다. LG유플러스와 같은 날 5G 데이터 무제한 혜택에 디즈니 플러스 구독 상품을 묶은 요금제를 출시한다. 향후 자사 IPTV와의 제휴를 위해 다각적인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두 곳 모두 독점 계약이 풀린 넷플릭스 연계 모바일·IPTV 상품을 이미 판매 중이다.
SK브로드밴드는 관계사 콘텐츠웨이브의 웨이브가 있는 상황이라 다른 OTT와 연계 상품 개발이 힘들다. 대신 애플과 협의해 웨이브와 애플 TV 플러스를 서로의 플랫폼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
SK브로드밴드는 IPTV 셋톱박스에 애플 TV 앱을, 애플은 애플 TV 4K·애플 TV 앱에 웨이브 콘텐트 시청이 가능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