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윈 나우' LG의 쓸쓸한 패퇴, 또 두산에 막혔다
LG가 포스트시즌(PS)에서 또 두산에 막혔다. 27년 만의 우승 도전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멈췄다.
LG는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준플레이오프(준PO·3전 2승제) 3차전에서 졌다.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플레이오프(PO) 진출에 실패했다.
잠실구장을 함께 홈으로 사용하는 LG와 두산은 라이벌 관계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한다. 하지만 '라이벌'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LG는 두산 앞에서 늘 작아졌다. 올 시즌 6승 3무 7패를 포함해 최근 6년 상대 전적(32승 5무 59패)에서 열세였다. 2018년에는 1승 15패로 자존심을 구겼다. 고비마다 번번이 두산에 발목이 잡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LG의 우세를 점치는 예상이 많았다. LG '원투 펀치' 앤드류 수아레즈와 케이시 켈리가 정상 컨디션으로 준비했다. 반면 두산은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가 어깨 통증으로 준PO 엔트리에서 빠졌고, 워커 로켓은 시즌 후반 수술하러 미국으로 돌아갔다. 두산은 키움과 와일드카드(WC) 결정전을 2차전까지 치러 불펜을 비롯한 체력 소모가 컸다. 반면 LG는 정규시즌 종료 후 나흘 쉬어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정규시즌 3위 LG는 이런 이점을 살리지 못한 채 '가을 DNA'로 똘똘 뭉친 두산의 저력에 무릎을 꿇었다.
수아레즈와 최원준(두산)의 맞대결이 펼쳐진 지난 4일 1차전(1-5) 패배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까지 역대 3전 2승제 준PO에서 1차전을 패한 17팀은 모두 PO 진출에 실패했다. 류지현 LG 감독은 "2차전을 잡으면 3차전까지 기세가 이어져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바랐다. 류지현 감독의 바람대로 LG는 2차전(9-3)을 크게 이겼지만, 두산은 이 경기에서 필승조를 아껴 3차전을 대비했다. 3차전 2회 말 수비와 동시에 필승조 이영하 카드를 꺼낸 두산은 오히려 LG 불펜을 초토화했다.
LG는 올 시즌이 우승에 도전하는 절호의 기회였다. 지난 2년간 포스트시즌 진출, 안정적인 팀 전력을 꾸렸다. 프랜차이즈 출신으로 LG에서 오랫동안 코치 생활을 해 선수단을 잘 파악하고 있는 류지현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비시즌부터 발 빠르게 움직였다. 외국인 투수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해 15승을 거둔 켈리가 '2021시즌에는 2선발이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3~4개 구단과의 영입전 끝에 수아레즈를 영입했다. 지난 시즌 구단 한 시즌 개인 최다 38개 홈런을 친 로베르토 라모스를 방출하고, 저스틴 보어로 교체했다. 내야에서 가장 취약 포지션으로 꼽힌 2루수 보강을 위해 '토종 에이스' 정찬헌을 키움에 보내고, 서건창을 데려오는 깜짝 트레이드까지 했다. 모두 가을야구, 우승을 위한 포석이었다. 공개적으로 '윈 나우'를 천명했다. 하지만 수아레즈와 보어, 서건창 영입은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LG는 정규시즌 막판 1위 싸움에서 처져 3위로 마감했다. 그리고 준PO에서 껄끄러운 상대 두산을 만나, 2000년 이후 시리즈 맞대결에서 네 번 연속 졌다. LG는 우승 문턱에 다가서지 못한 채 두산이 바라보는 가운데 쓸쓸히 시즌을 마감했다. 어느 때보다 더 뼈아픈 패퇴였다.
잠실=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