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유럽으로 콘텐트 영역을 확장한다. 네이버가 먼저 깃발을 꽂은 태국과 대만에 안착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바통을 이어받아 카카오픽코마가 프랑스를 공략한다. 현지에서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는 네이버는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카카오픽코마, 연내 프랑스 진출…일본처럼 성공할까
10일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앱애니에 따르면, 구글 앱마켓 기준으로 9일 네이버가 운영하는 '라인웹툰'이 프랑스 만화 앱 매출 1위를 기록했다. 5위는 카카오엔터가 올 7월 인수를 마무리한 몸값 약 6000억원의 북미 최초 웹툰 플랫폼 '타파스'다.
카카오는 유럽 시장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프랑스에 카카오엔터 대신 카카오픽코마를 출격시켰다. 일본에서의 성공사례를 이식하기 위해서다.
배재현 카카오 CIO(최고투자책임자)는 지난 4일 올해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프랑스는 일본 망가 콘텐트에 대한 친화도가 높은 문화권으로 알려져 있다. 콘텐트 디지털화가 매우 초기 단계로, 픽코마가 2016년에 진출했던 일본 시장과 매우 유사한 구조다"며 "픽코마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 매우 적합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를 시작으로 태국과 대만 등 동남아로 손길을 뻗은 카카오엔터와 달리 카카오픽코마는 이번이 첫 해외 진출이다. 사명까지 바꾸며 시장 확장의 의지를 다졌다.
카카오재팬은 론칭 4년 3개월 만에 웹툰 플랫폼 '픽코마'를 일본 비게임 앱 부문 매출 1위에 올려놨다. 올해 1분기에는 전 세계 비게임 앱 매출 9위를 달성했는데, 단일국가(일본)에서 거둔 성과다.
단행본이 주를 이뤘던 시장에서 만화 1권을 에피소드로 나눠서 제공하는 '화 분절'로 모바일 접근성을 높였다. 시간이 지나면 유료 에피소드가 무료로 풀리는 '기다리면 0엔'도 호응을 얻었다.
카카오재팬은 11일 사명을 '카카오픽코마'로 변경하고 정체성을 재정립한다. 지난 9월에는 프랑스에 유럽 법인을 설립했으며, 연내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토종 IP(지식재산권)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선보이는 카카오엔터에 반해 카카오픽코마는 국산 웹툰이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불과하다. 대신 일본을 비롯해 새롭게 진출하는 국가의 콘텐트를 폭넓게 수용한다.
카카오 공동체 차원에서 한류 콘텐트의 인기가 보장된 일부 국가에는 카카오엔터의 '카카오웹툰'을, 작품의 다양성이 필수인 곳에는 카카오픽코마의 픽코마를 내놓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라인웹툰, 이미 유럽·남미서 눈부신 성과
북미와 유럽은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져 리더십을 선점한 네이버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카카오로서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전망이다.
네이버는 미국에서 '웹툰'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지난 9월 MAU(월간 사용자 수)가 1400만명으로, '애플 TV'(1030만명)를 뛰어넘었다. 약 350만명의 타파스와 1000만명 이상 차이가 난다.
미국 기반 이용자 중 70% 이상이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다. DC코믹스와 협업해 웹툰으로 처음 제작한 '배트맨: 웨인 패밀리 어드벤처'는 공개 당일 트위터 실시간 이슈에 오르기도 했다.
유럽과 남미의 라인웹툰은 이용자 수가 2020년 55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스페인어 공모전에는 4000개의 작품이 몰렸으며, 올해 프랑스어 공모전 작품 수도 전년 대비 50% 늘었다.
아마추어 플랫폼 '캔버스'(해외 도전만화)는 프랑스어 작품 수가 1만개, 스페인어 작가 수가 1만명을 넘어섰다.
10일 기준 프랑스 라인웹툰 인기순위를 보면, 상위 5개 가운데 3개가 한국 작품이다. '여신강림'(1위) '곱게 키웠더니, 짐승'(3위) '더 복서'(5위) 등 장르가 로맨스·드라마·스포츠로 다양하다. '렛츠플레이'(2위) '서브제로'(4위)는 현지 발굴작이다.
네이버의 올해 3분기 콘텐트 사업 가운데 웹툰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9% 성장했다. 해외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크로스 보더 콘텐트가 실적을 견인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