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플레이오프(PO) 대비 기간은 8일이었다. 지난달 31일 KT 위즈와 1위 결정전 패배로 한국시리즈(KT) 직행은 실패했지만 9일 열리는 PO 1차전까지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다.
관건은 경기 감각이었다. 휴식이 긴 만큼 실전 공백을 얼마나 채울 수 있느냐가 PO 경기력을 좌우할 포인트였다. 1위 KT는 KS를 대비하기 위해 11일과 12일 한화 이글스 2군과 연습경기를 치른다. KS 직행팀은 휴식기가 상대적으로 더 길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팀이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비슷한 방법으로 가을야구를 준비한다. 그런데 삼성은 오판했다. 경기 감각보다 부상자 회복에 주력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PO를 앞두고 "마지막 3일간 실전 감각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 훈련했다"고 말했다. 8일 중 절반 이상을 부상자 회복에 보냈다는 의미였다.
삼성은 PO 대비 자체 청백전이나 연습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대신 선수별 하루 두 타석씩 소화한 라이브배팅(2회·총 4타석)으로 타격 훈련을 대신했다. 라이브배팅에선 투수가 실전과 비슷한 공을 던지지만 아무래도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삼성은 훈련 횟수도 턱없이 부족했다.
그 결과는 뼈아팠다. 타자들이 타석에서 얼어붙었다. PO 시리즈 내내 강민호(5타수 무안타), 오재일(9타수 1안타)을 비롯한 중심 타자들이 하나같이 부진했다. 공격의 활로를 뚫어내야 하는 박해민도 10타수 2안타에 그쳤다. 상·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고 짜임새가 떨어졌다. 삼성의 시리즈 팀 타율은 0.257(70타수 18안타)이었는데 대부분의 안타가 승부가 사실상 끝난 2차전 경기 중후반 쏟아졌다. 반면 두산 타자들은 거침없이 배트를 돌렸다. 와일드카드(WC) 결정전, 준플레이오프(준PO)를 거치면서 체력적으로는 삼성에 뒤졌지만, 경기 감각이 살아있었다. 라이브배팅으로 '전쟁'을 준비한 삼성과 달랐다.
허삼영 감독은 PO에서 탈락한 뒤 "청백전을 하기엔 잔부상이 많았다. 일단 회복 훈련에 주안점을 뒀다. (PO 1차전이 열리기 직전) 3일간 실전 준비를 했는데 준비 과정에서 소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험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 라이온즈다운 경기, 장점을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올해 성공적인 1년을 보냈다. 1위 결정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2위(76승 9무 59패)로 정규시즌을 마쳐 6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2016년 개장한 홈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사상 첫 포스트시즌(PS)을 치러 기쁨을 더했다. 하지만 두 경기 만에 축제가 끝났다. 이제 포스트시즌 준비가 정상적이었는지 되돌아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