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사상 최대 3분기 실적으로 내고도 웃지 못하고 있다. 처우 개선 및 직장 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쿠팡맨' 등 현장직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어서다.
3분기 실적도 역대 최대
쿠팡이 1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매출은 46억4470만 달러(약 5조478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한 수치다. 쿠팡의 분기 매출은 지난 2분기에 이어 또다시 5조원을 넘으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내용도 나쁘지 않다. 쿠팡에서 한 번이라도 물건을 산 활성 고객도 늘었다. 쿠팡에 따르면 3분기 활성 고객은 1682만30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수준인 283만명가량 늘었다. 15분기 연속 증가세다. 활성 고객 1인당 구입액(매출)은 276달러(약 32만5000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늘어났다. 6개 이상 카테고리에서 구매한 활성 고객 수는 2년 전 대비 2배 이상 증가해 충성고객도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의 3분기 영업손실은 3억1511만 달러(약 3560억원)로 지난해 동기(2억1627만 달러) 보다 45.7% 증가했다. 순손실은 3억2397만 달러(약 3821억원)였다.
쿠팡은 영업손실이 코로나19로 인한 추가 투자로 다소 늘었다는 입장이다. 쿠팡 측은 "3분기 코로나19 규제 강화에 따라 추가 인건비와 운영비에 9500만 달러(약 1120억원)를 지출했다. 순손실은 물류와 신규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에 따른 영향"이라고 밝혔다.
쿠팡맨·물류센터 '현장' 불만은 더 커져
쿠팡의 실적은 고공행진 중이지만, 현장 직원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쿠팡지부와 쿠팡물류센터지회 소속 쿠팡 직원 100여 명은 쿠팡의 실적 발표 이튿날인 13일 쿠팡 잠실 본사 앞에서 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에 따르면 쿠팡 노동자들이 전국 단위로 결집해 결의 대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쿠팡 노조는 "끝이 없는 배송 경쟁, 적정 물량 확보" "장기근속 처우 약속" "프레시백 정리로 업무량 늘려놓고 8년간 임금 동결" 등의 구호를 외치며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쿠팡 노조는 늘어난 일감에 비해 처우 수준이 낮다는 점에 가장 반발하고 있었다. 공항항만운송본부쿠팡지부는 "사측의 물량 조절 실패로 근로자들이 휴게 시간도 없이 일하고 있다"며 "주 52시간이 넘는 과도한 노동을 중단해달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또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무리한 노동에 무려 9명의 노동자가 과로사로 추정되는 죽음으로 쓰러졌다"며 "쿠팡 노동자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로켓 배송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쿠팡과 쿠팡풀필먼트에서의 산재 신청은 2018년 351건, 2019년 536건, 2020년 1021건으로 총 1908건(업무상사고 1804건, 업무상질병 104건)으로 2018년 대비 20년에 2.9배 증가했다. 산재 승인율은 96.3%에 달한다.
양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앞선 9일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민주노총에서 '괴롭힘 없는 쿠팡 만들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5월 노동조합 관련 밴드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받았던 쿠팡의 한 노동자가 이달 초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이 맞다는 판단을 받은 사실을 알리는 자리였다.
쿠팡 측은 "노조가 4명의 직원을 가해자라 주장하며 중징계를 요구하고 있으나 고용부는 이 중 1명의 일부 발언에 대해서만 문제로 삼았다"며 납득할 수 없는 왜곡이 계속될 경우 묵과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고속성장을 이끈 현장직 구성원들과 충돌이 늘어나고 있다"며 "쿠팡은 일부 노조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좋은 실적만큼 현장직 처우도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