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제성은 지난해 11월 13일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PO) 4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하지만 3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3회 말 2사 1루에서 좌타자 정수빈이 타석에 들어서자, 투수를 좌완 조현우로 교체했다.
배제성은 아웃카운트 8개 중 4개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구위가 매우 좋았다. 하지만 시리즈 전적 1승 2패, 탈락 위기에 몰려 있던 KT는 반드시 선취점을 막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정규시즌 데이터가 선택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배제성은 좌타자 상대로 피안타율 0.313를 기록했다. 우타자(0.191)보다 훨씬 높았다.
조현우는 절묘한 견제구로 주자 김재호를 잡아내며 실점 없이 3회를 막았다. 하지만 KT는 4회 말 마운드에 오른 소형준이 최주환에게 투런 홈런을 맞고 리드를 내준 뒤 만회하지 못하고 0-2로 졌다.
배제성은 PO를 돌아보며 "솔직히 더 던지고 싶었다. 하지만 시즌 내내 좌타자에게 고전했다. (교체는) 벤치에 믿음을 주지 못한 내 탓이다"라며 자책했다. 이어 "가을 무대에서도 5이닝 이상 맡길 수 있는 선발 투수가 되고 싶다. 포스트시즌 등판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내가 활약해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투구할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기회가 왔다. KT는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에 직행했다. 마침 상대는 지난해 '쓴맛'을 안긴 두산. KT는 1~3차전을 모두 잡으며 통합 우승을 눈앞에 뒀다. 배제성은 4차전 선발출격을 명받았다.
정규시즌에서는 두산 타선에 고전했다. 3경기에 등판해 16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며 9점을 내줬다. 평균자책점은 4.96, 피안타율은 0.295였다. 하지만 좌타 거포 김재환, 1년 전 승부도 못 해봤던 정수빈에게는 안타를 맞지 않았다.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에게도 나쁘지 않은 피안타율(0.250)을 기록했다. 두산 좌타 라인에 강했다는 의미다.
배제성은 올 시즌 좌타자 약세를 떨쳐냈다. 피안타율은 0.218에 불과하다. 지난해보다 1할 가까이 낮아졌다. 올 시즌 우타자(0.259) 기록보다 더 낮다.
이유는 두 가지다. 일단 구위가 좋아졌다. 2019년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을 소화한 뒤 보강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2020년 레이스를 치렀다. 피로가 쌓인 탓에 힘을 싣지 못했고, 투구 밸런스도 흔들렸다. 하지만 악으로 버텨내며 다시 풀타임을 소화했다. 몸 관리 노하우가 생긴 2021년은 예전 구위까지 회복했다.
좌타자에 결정구로 활용하던 슬라이더도 날카로워졌다. 배제성은 "시즌 초반에는 소위 선수 사이에 '손장난을 친다'라고 표현하는 투구를 했다. 제구력에 너무 연연하다가 강한 팔 스윙을 하지 못했다는 얘기"라고 돌아보며 "박승민 코치님과 대화를 통해 좌·우 유형 가리지 않고 강하게 던지는 투구로 바꿨고, 이후 제구도 잡히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KS도 두산 좌타자 봉쇄가 관건이다. 특히 타격감이 좋은 페르난데스와의 승부에 중요하다.
KS에서 호투하면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해낼 수 있다. "가을 야구에서 믿을 주겠다"던 자신의 각오를 지키고, 지난해 탈락을 안긴 두산에 설욕할 수 있다. 배제성은 3년(2019~2021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달성에 실패했다. 정규시즌 막판에는 타선 침체 탓에 호투하고도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첫 승으로 위안 삼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