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올 시즌 최종 순위는 4위다. 정규시즌은 3위였다. 리그 1위 마운드(평균자책점 3.59)를 중심으로 버텨냈다. 그런데 높았던 마운드가 포스트시즌에서 무너졌다. LG는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에서 3-10으로 두산 베어스에 참패하며 가을야구를 마쳤다.
2021프로야구 KBO포스트시즌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선발 임찬규가 2회초 수비를 3자범퇴로 마치고 환호하며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포스트시즌을 마친 LG는 마운드를 재배치해야 한다. 확실한 선발진 구축이 필요하다. 김대유-이정용-정우영-고우석이 지키는 뒷문은 단단하다. 네 투수 모두 전문 불펜 투수라 선발로 보직을 변경할 가능성도 낮다.
재계약을 추진 중인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와 수아레즈는 좋았지만, 검증된 국내 선발이 뒷받침해줘야 한다. LG가 가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LG를 꺾은 두산은 한 시즌 내내 선발 부족을 겪었지만, 2년 연속 10승을 거둔 국내 에이스 최원준을 얻었다. 삼성 라이온즈는 국내 투수 평균자책점 1위(2.63) 백정현, 영건 에이스 원태인이 동시에 등장했다.우승팀 KT 위즈는 아예 고영표-배제성-소형준-엄상백으로 이어지는 국내 투수만으로도 시즌 운용이 가능하다.
반면 LG는 한 시즌 검증된 선발 투수를 얻지 못했다. 그나마 상수에 가까운 게 임찬규(29)다. 2017년부터 매년 선발 경험을 쌓았다. 올 시즌 17경기에 등판해 90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했다. 승은 1승(8패)에 불과하지만, 평균자책점은 3.87로 나쁘지 않았다. 올 시즌은 초반 부진과 부친상으로 뒤늦게 합류했지만, 내년 시즌엔 상수가 되어줘야 한다. 류지현 LG 감독 역시 정규시즌 막판 “LG가 생각하는 승수를 채우려면 임찬규가 승리해야 한다”며 선발 임찬규의 중요성을 짚었다.
가능성은 있다. 신인 이후 잃어버렸던 강속구를 되찾았다. 지난해 시속 139㎞에 불과했던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43.1㎞(스탯티즈 기준)까지 빨라졌다. 시즌을 소화할수록 빨라지더니 마지막 등판이었던 준PO에서는 최고 시속 150㎞까지 기록했다. 올 시즌 새로 레퍼토리에 추가한 슬라이더 피안타율(0.288)은 높았지만, 직구(0.233)와 1 변화구 체인지업(0.186) 피안타율이 개선됐고, 2번째 변화구인 커브(0.197) 역시 훌륭했다.
멘털적인 부분도 중요하다. 시즌 내내 단 1승에 그쳤던 임찬규는 승운이 따르지 않자 10월 평균자책점 4.02로 다소 흔들렸다. 류지현 감독은 “임찬규가 승운이 없다 보니 실점을 덜 하려고 부담감을 안고 던지는 것 같다”며 “그 생각으로 최소 실점을 하려다 보니 조심스럽게 운영하는 듯하다”고 했다. 1승 투수 임찬규에게 가능성은 충분하다. 풀 타임 활약과 적절한 득점 지원이 더해진다면, LG가 2011년부터 기대했던 10승 투수 임찬규가 탄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