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 위해 공연하지 마라!” 사우디아라비아 공연을 앞둔 팝스타 저스틴 비버에게 공연을 취소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언론들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언론인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등 인권 문제가 불거진 사우디의 의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언론들이 지적한 것은 2018년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던 중 살해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이다.
고인의 약혼자 하티제젠기즈는 22일(한국시간) 워싱턴포스트(WP)를 통해 공개한 서한에서 비버에게 사우디 공연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비버는 다음 달 사우디에서 개최되는 포뮬러원(F1) 경기를 기념하는 콘서트에 출연할 예정이다.
젠기즈는 비버를 향해 “사우디 공연을 취소해달라”면서 “이는 비판자를 죽이는 정권의 평판을 회복시키는 데 당신의 이름과 재능이 이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세계에 강력한 메시지를 남길 특별한 기회”라고 밝혔다.
젠기즈는 무엇보다 비버가 무함마드 왕세자의 초청을 받고 공연을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우디에서 왕세자의 동의 없이 중요한 일이 진행되는 경우는 없다”면서 “심지어 당신 얼굴이 내 약혼자를 처형한 사람과 같이 웹사이트에 올라왔다”고 했다.
또 “당신이 팬에 헌신하는 것을 알고 사우디 팬을 위해 오는 것을 안다”면서도 “그러나 사우디에는 연령, 배경, 종교적 신념을 막론하고 수백 명이 단순히 무함마드 왕세자의 무자비한 독재에 반대하는 표현을 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아 수감 중”이라고 지적했다.
젠기즈는 지난해 비버가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지지하며 발표한 발언을 가져오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당신은 인스타그램 팔로어에게 ‘인종차별이 악이며 우리 문화에 깊이 찌들었다는 사실을 상기하기에 나는 이 플랫폼을 이용하길 원한다’고 말했다”면서 “불의에 맞서 내놓은 이 훌륭한 약속을 생각해서, 사우디에서 인권 운동을 지지하는 데 당신의 플랫폼을 사용해달라”고 썼다.
젠기즈는 “올해 ‘저스티스’(정의)라는 앨범과 ‘프리덤’(자유) 앨범을 냈다. 사우디는 둘 다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사랑하는 카슈끄지의 살인자를 위해 노래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만약 당신이 공연을 거부한다면 ‘나는 독재자를 위한 공연은 하지 않는다’, ‘나는 돈보다 정의와 자유를 원한다’는 메시지가 크게 울려 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도 비버와 공연 출연진에게 공연을 취소할 것으로 촉구했다. HRW의 인권운동가 밍키워든은 ‘FI’과 같은 스포츠 행사가 사우디 내 인권 상황에 대한 조사를 피하려는 목적인 ‘스포츠워싱’(sportswashing)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포츠워싱이란 개인이나 기업, 국가 등이 좋지 않은 여론이나 명성을 개선하기 위해 스포츠를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