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대출 한파'가 누그러들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 당국의 압박 속에서 줄곧 가계대출을 조여오던 시중은행들이 자세를 조금씩 고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이날 오후6시부터 중단했던 모든 신용대출 상품의 판매를 재개한다.
이와 함께 하나원큐아파트론, 하나원큐신용대출 등 모바일 대출 상품의 판매도 다시 시작한다.
또 주택과 상가, 오피스텔, 토지 등 부동산 구입자금대출도 다음달 1일부터 판매를 개시할 예정이다.
이는 가계대출이 안정적으로 관리됨에 따라 지난 10월부터 판매를 중단했던 가계대출상품을 순차적으로 판매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전산 시스템이 준비되는대로 비대면으로 신용대출 서비스를 오후 6시부터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영업점에서는 24일 오전 9시부터 가능하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도 이날부터 전세자금대출 방식에 관한 내부 지침을 변경했다. 그동안 막아놨던 '일시 상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시 상환은 이자만 내다가 대출 만기에 원금을 한꺼번에 상환하는 방식을 말한다.
지난달 25일부터 KB국민은행은 주택금융공사·서울보증보험이 담보하는 전세자금대출에 대해 '혼합 상환'과 '분할 상환'만 허용했다.
분할 상환이란 원리금을 대출 기간 내 매달 똑같이 나눠 갚는 방식이고, 혼합 상환의 경우 원금의 일부는 분할 상환하고 나머지는 한 번에 상환하는 형태다.
대출자 입장에게는 전세자금대출 기간에 원리금을 나눠 갚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함에 따라 대출을 망설일 수 있어, 은행에서는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런 움직임에 일부에서는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깎은 우대금리도 다시 살아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은행은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가계대출을 억제해 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면서 분위기가 변하고 있는 듯 보인다"며 "전반적으로 가계대출 증가율이 떨어지면 우대금리를 다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