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2일(한국시간) ‘2021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Artist of the Year) 등 3개 부문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최고의 K팝 아이돌이자 글로벌 팝가수로 거듭났다. 선배 가수 보아로 시작된 K팝의 미국 진출은 원더걸스, 싸이를 거쳐 방탄소년단이 마침내 팝의 본고장에 태극기를 꽂았다.
#보아-원더걸스의 노크 우리나라 가수가 미국 음악 시장의 상징과도 같은 빌보드 차트와 연을 맺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이다. 2001년 김범수가 ‘하루’의 영어 버전 ‘헬로 굿바이 헬로’(HELLO GOODBYE HELLO)로 ‘핫 싱글즈 세일즈’ 51위에 진입했다.
2000년대 아시아를 중심으로 K팝 위주의 한류 붐이 일어난 뒤 미국으로 눈을 돌리려는 시도가 시작됐다. 가수 비는 2006∼2007년 미국을 포함한 월드투어를 성사시켜 ‘월드 스타’의 호칭을 얻었다.
비는 월드투어 이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영향력있는 100인’에 아시아 연예인으로는 처음으로 2006년과 2011년 두 차례 선정됐다. 할리우드 영화 주연작 ‘닌자 어쌔신’으로 미국 ‘MTV 무비 어워즈’에서 상을 받는 등 다방면으로 활약했다.
미국 직접 진출의 신호탄을 쏜 가수는 ‘아시아의 별’ 보아다. 보아는 2008년 미국 현지 진출을 선언했다. 이듬해 미국 정규 1집으로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27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빌보드 싱글 차트인 ‘핫 100’에 최초로 이름을 올린 K팝 가수는 원더걸스다. ‘텔미’(Tell Me)와 ‘노바디’(Nobody) 등으로 국내를 평정한 뒤 미국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2009년 ‘노바디’로 76위에 올랐다.
#싸이의 강제 진출 팝의 본고장에서 ‘프롬 사우스 코리아’(From South KOREA)가 가장 유명해진 사건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때문이다.
싸이는 2012년 글로벌 히트곡 ‘강남스타일’로 빌보드 ‘핫 100’에 무려 7주 연속 2위를 기록하는 대기록을 썼다. 당초 이 노래는 미국 진출을 노리고 만들지 않았다. 코믹한 가사를 토대로 한 뮤직비디오가 유튜브를 통해 ‘밈’(Meme)으로 미국에 알려지며 말하자면 강제로 미국에 진출했다. 싸이는 미국 음악계에 처음으로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킨 한국 가수가 됐다.
싸이는 2013년 ‘젠틀맨’으로도 빌보드 ‘핫 100’ 5위에 올랐다. 이런 성과를 토대로 2013년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받았다. 하지만 싸이의 성공은 K팝 저변 확대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강남스타일’ 노래 자체의 중독성과 싸이의 코믹한 캐릭터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싸이 이후 소녀시대, 엑소, 빅뱅 등 K팝 아이돌의 인기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 등 서구권으로 확대돼 후배 가수들이 잇따라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2012년 소녀시대 유닛 태티서, 빅뱅, 지드래곤, 2014∼2015년 투애니원, 소녀시대, 태양, 엑소 등 다양한 K팝 가수가 꾸준히 빌보드 200에 진입했다. 그러나 북미 음악 시장에서 K팝이 이제 막 팬덤을 키워간 시기인 만큼 대부분 100위권대에 그쳤다.
K팝 팬덤이 급성장은 2019년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슈퍼엠(1위), 몬스타엑스(5위), NCT 127(5위), 블랙핑크(24위) 등 막강한 팬덤을 갖춘 팀이 잇달아 빌보드 200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싱글 차트에서는 블랙핑크가 2019년 ‘킬 디스 러브’(41위)로 ‘핫 100’에 진입했다. 지난해 발표한 ‘사워 캔디’(Sour Candy)와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을 각각 33위에 올렸다.
#방탄소년단의 정복 방탄소년단은 미국 팝시장을 평정한 K팝 가수임이 틀림없다.
2015년 ‘화양연화 파트.2’(171위)로 빌보드 200에 처음 입성한 뒤 2017년 ‘러브 유어셀프 승 허’(7위)로 10위권에 진입했다. 2018년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국내 가수 최초로 빌보드 200 차트의 1위에 올랐다. 같은 해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와 2019년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 2020년 ‘맵 오브 더 솔: 7’과 ‘비’까지 앨범 다섯 개를 잇달아 정상에 올렸다.
핫 100에서도 지난해 글로벌 히트곡 ‘다이너마이트’로 3주 동안 1위에 랭크됐고, ‘새비지 러브’와 ‘라이프 고스 온’으로 1위를 찍었다.
마침내 올해 ‘버터’로 무려 10주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후속곡 ‘퍼미션 투 댄스’와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마이 유니버스’도 1위에 올려 히트에 성공했다. 올해 ‘AMA’ 대상 수상은 우연이 아닌 방탄소년단의 지난 4년간의 미국에서의 노력이 비로소 열매를 맺은 것이다.
가요계는 지난 20년간 선배 가수들이 꾸준히 미국 진출을 타진했고, 방탄소년단이 미국 활동의 성과가 맞물리며 K팝이 마침내 팝의 주류시장에서 대중화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