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32)이 개인 첫 FA(자유계약선수) 권리 행사를 포기했다. 이를 1년 미루기로 했다.
KBO는 26일 FA 승인 명단을 발표했다. 총 19명이 자격 얻은 가운데 5명이 FA 권리 행사를 미신청했다. 그 가운데 서건창이 깜짝 포함됐다. 장원준(두산 베어스)은 몇 년째 자격을 행사하지 않고 있고, 나지완(KIA 타이거즈)과 오선진(삼성 라이온즈) 역시 어느정도 예견됐다. 민병헌(롯데 자이언츠)은 건강 관리 차원에서 은퇴했다.
원소속구단 LG측의 얘기를 들어보면 서건창은 당장 FA를 신청하지 않고, 추후에 이를 행사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건창은 스스로 연봉을 낮춰 FA 계약의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 했지만, 생각대로 전혀 진행되지 않으면서 이를 포기했다.
서건창의 2020년 연봉은 3억5000만원이었다. 당시 소속팀 키움은 3억2000만원을 제시했다. 서건창은 오히려 연봉을 더 삭감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리고 전년도 연봉에서 35.7%가 깎인 2억2500만원에 사인했다.
FA 등급제를 의식해 A등급이 아닌 B등급을 얻어 몸값을 높이기 위한 전력으로 보였다. A등급인 선수를 영입하려면 그 선수의 직전 시즌 연봉 200%와 20인 보호선수 외 1명 혹은 직전 시즌 연봉 300%를 원 소속 구단에 보상해야 한다. 반면 B 등급은 직전 시즌 연봉 100%와 25인 보호선수 외 1명 혹은 직전 연봉 200%로 보상 수준이 내려간다.
서건창은 당시 "혼자서 결정한 건 아니고 에이전시와 상의해서 했다. 좀 더 선수로서 나은, 앞을 위해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서건창의 계산은 7월 말 LG로 트레이드 되면서 틀어졌다. 지난 22일 KBO가 발표한 FA 명단에서 서건창은 A등급으로 분류됐다. KBO는 신규 FA의 경우 구단 내 최근 3년간의 평균 연봉 및 옵션 수령 금액을 순위로 매겨 등급을 매긴다. 서건창은 키움에서 계속 뛰었더라면 B등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LG로 옮기면서 등급이 바뀌었다.
LG 이적 후 서건창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이적 후 68경기에서 타율 0.247·2홈런·24타점에 그쳤다. 올 시즌 전 경기에 나섰지만, 타율은 0.253으로 프로 데뷔 후 가장 낮다. 출루율도 0.350에 그친다. 수비 이닝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최근 2년 연속 3할 타율 달성에 실패해 에이징커브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크다.
LG가 포스트시즌에서 우승 목표를 달성했더라면 개인 성적이 다소 부진해도 FA 협상이 순풍을 탈 수도 있었겠지만, 두산 베어스에 밀려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비교적 내부 FA에 후한 차명석 LG 단장도 "일단 서건창 측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또 다른 내부 FA인 "김현수는 반드시 잡는다"는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결국 서건창은 고심 끝에 FA를 신청하지 않고 1년 미뤘다. 2022시즌 명예 회복 뒤 다시 FA 권리를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