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포수 최재훈(32)은 이번 스토브리그 자유계약선수(FA) 1호 계약의 주인공이 됐다. 한화는 지난 27일 내부 FA 최재훈과 5년 최대 54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총 33억원, 옵션 총 5억원)에 FA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최재훈은 2008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뒤 2016년까지 9년간 백업 포수로 뛰었다. 포수 수비 능력이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당시 한솥밥을 먹던 현역 최고 포수 양의지의 그늘에 가렸다. 2017년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로 이적한 뒤 비로소 한 팀의 안방을 이끌어가는 포수가 됐고, 5시즌 만에 '팀에 없어선 안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정민철 한화 단장은 "올겨울의 1순위 과제는 당연히 최재훈을 잔류시키는 것이었다"며 "시장이 열리자마자 제안했는데, 선수도 흔쾌히 계약해줘 기쁘다"고 했다.
최재훈은 28일 "팬분들이 '무조건 팀에 남아줬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정말 많이 해주셨고, 사장님과 단장님도 정말 날 원하신다는 걸 크게 느꼈다"며 "나도 당연히 한화에서 계속 뛰고 싶었는데, 이렇게 좋은 조건에 계약을 하게 해주셔서 모두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두산 시절 포수로서의 소양을 키워준 강인권 현 NC 다이노스 수석코치와 선배 양의지(NC)에게 두루 인사를 전하면서 "트레이드로 온 내가 FA 5년 계약까지 하게 된 건 축복인 것 같다. 5년간 꾸준히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몸 관리를 하겠다"고 했다.
한화는 올시즌 리빌딩에 초점을 두고 팀을 운영했다. 내년 시즌엔 팀 재건 과정을 이어가면서도 한 단계 도약을 목표로 삼고 있다. 문동주(진흥고), 박준영(세광고) 등 특급 유망주 투수들이 나란히 입단하기에 더 그렇다.
최재훈은 포수로서 이들의 성장을 "물심양면으로 돕겠다"고 했다. 그는 "팬들과 감독님이 기대하는 내 역할은 젊은 투수들이 잘 성장할 수 있게 돕는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유망주들이 들어왔으니 그들에게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고, 또 팀 내 다른 포수들과 다른 젊은 투수들도 지금보다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이끌고 싶다"고 다짐했다.
물론 '조력자'가 아닌 '주연'으로서도 새로운 포부를 품었다. 최재훈은 "처음 한화에 왔을 때는 '수비형 포수'에 '유리몸'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5년을 보내면서 점차 타격도 좋아지고 자신감도 생겼다"며 "앞으로는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에 도전하고 싶다. 강민호 형, 양의지 형이 너무 많이 받았으니 이제 다른 포수가 받을 때도 됐다"고 웃었다. 또 "한화는 내게 많은 기회를 준 팀이다. (2018년에 이어) 다시 한번 가을야구를 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