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산하 각 물류센터가 진행하는 계약직 채용 프로모션 홍보 배너. 계약직으로 지원시 20일만 근무해도 200만원의 프로모션 지원금을 준다고 써 있다. 쿠팡이 물류센터 내 계약직 직원을 채용하면서 같은 달 입사자에게 각기 다른 금액의 프로모션(선전이나 판촉)을 적용해 근로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계약직 입사 시 200만원 드립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전국에 흩어진 물류센터를 통해 센터에서 일하는 계약직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그러나 쿠팡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사세가 커지면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일감이 몰리는 연말연시를 앞두고 쿠팡은 센터 및 쿠팡 배송 직원 채용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는 비단 쿠팡만의 사정은 아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 할 사람이 부족한 건 쿠팡만의 일은 아니다. 비슷한 업종의 타 기업도 상시로 직원을 뽑고 있다. 서로 직장을 옮겨 다니기도 한다"고 했다.
이에 쿠팡은 원활한 직원 수급을 위해 센터별로 프로모션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가령, 특정 기간에 단기직에서 계약직 직원으로 전환 지원해 며칠 이상 일을 하면 수 백만원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식이다. 근로자로서는 월급 수준의 돈을 받을 기회다. 현재 쿠팡의 각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계약직 직원 중 이런 프로모션을 통해 입사한 근로자가 적지 않다.
온라인상에서는 쿠팡이 직원 채용을 위해 특별 프로모션을 상시 진행한다는 내용의 홍보 배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배너에는 '계약직 입사 프로모션·물류센터 입사자 최대 200만원 지급 이벤트·입사 시 25만원 지급, 근로계약서 작성 후 출근일 충족 시 25만원 지급' 식의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다. 프로모션 혜택을 통해 계약직 직원을 모집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 쿠팡의 한 물류센터 전경. 연합뉴스
같은 11월 입사자…나는 200만원, 동료는 400만원?
문제는 여러 개의 프로모션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같은 달에 취업한 신규 입사자들끼리 받는 혜택도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쿠팡 수도권 지역 물류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A 씨는 11월 계약직 신규입사자다. 과거 쿠팡 물류센터에서 단기직으로 일했던 그는 센터가 발송한 프로모션 혜택 홍보 문자와 광고를 보고 계약직으로 지원, 채용됐다.
A 씨가 지원한 프로모션은 20일 근무 시 200만원을 받는 조건이었다. A 씨의 지인 B 씨는 며칠 뒤 같은 센터 계약직 사원으로 입사해 11월 신규 입사 동기가 됐다. 그런데 B 씨의 프로모션 내용은 A 씨와 완전히 달랐다. 보너스 개념인 프로모션 혜택금이 A 씨보다 2배 더 많은 400만원이었고, 충족 출근일 역시 15일밖에 되지 않았다. A 씨는 "같은 센터에서 같은 일을 하고, 같은 경력이다. 게다가 같은 11월 입사 동기다"라며 "그런데 나는 20일 근무에 200만원이고, 지인은 20일 근무에 400만원 프로모션 혜택을 받는다. B 씨도 나도 어리둥절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본지 확인에 따르면 쿠팡의 해당 물류센터는 10월21일 '20일 근무 충족시 200만원' 채용 프로모션을 걸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15일 근무 충족 시 400만원'이라는 내용의 홍보 문자를 돌렸다. 물류센터에는 A 씨와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근로자들이 더 있고, 이들은 본사에서 채용 뒤 걸려오는 '해피콜'에 불만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같은 센터에서 같은 내용의 일을 하는 입사 동기들끼리 받는 돈과 혜택이 크게 벌어진다. 당연히 일 할 의지가 꺾이고, 속상하다. 이번 중복 프로모션으로 차별을 겪은 직원들에게 개선안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한숨 쉬었다. 이어 그는 "미국에서 상장한 연 매출 14조원에 달하는 쿠팡에서 채용 프로모션을 이렇게 아마추어처럼 진행하는 것이 격에 맞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본지에 "10월 중순 이후 조건이 다른 계약직 채용 관련 프로모션이 며칠 가량의 시차를 두고 진행됐다. 두 건의 프로모션 내용이 다르다 보니 200만원이라는 액수도 차이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