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 K리그1 파이널A 최종 38라운드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2-0으로 꺾었다. 전북은 이날 승리로 승점 76(22승10무6패)을 기록, K리그 최초로 5년 연속 우승(2017~2021)을 달성했다. 통산 최다 우승 횟수도 9회로 늘렸다. 같은날 2위 울산 현대가 홈에서 대구FC를 2-0으로 꺾었지만, 전북에 승점 2점 뒤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울산에 승점 2점 앞서 선두였던 전북은 이기면 자력 우승이었다. 비겨도 울산에 다득점 7골을 앞서 우승이 유력했다. 울산은 사실상 ‘경우의 수’는 한 가지였다. 울산은 반드시 대구를 꺾고, 전북이 제주에 져야, 울산의 역전우승이 가능했다. 결국 울산이 이겼지만, 전북도 이겼다.
경기는 오후 3시 동시에 킥오프됐다. 경기 전 김상식 전북 감독은 “꼭 승리해 트로피를 올려 새 역사를 쓰겠다”고, 홍명보 울산 감독은 “0.01%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전반전을 전북은 0-0으로 마쳤고, 울산은 2-0으로 마쳤다. 두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놓쳤던 전북 윙어 한교원(31)이 후반 9분 선제골을 터트렸다. 최철순의 헤딩을 제주 골키퍼 이창근이 잡았다가 놓쳤다. 문전에서 도사리던 한교원이 오른발 터닝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전화 요정’이라 불리는 한교원은 손가락으로 전화기 모양을 만들어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후반 19분 쿠니모토의 침투패스를 받은 송민규가 쐐기골을 뽑아냈다. 울산도 전반 19분과 45분에 설영우와 오세훈의 연속골로 2-0으로 이겼지만 승점 차를 뒤집지 못했다.
올 시즌 ‘화공(화려하고 화끈한 공격)’을 내걸었던 전북이 승승장구한 건 아니다. 지난 5~6월에 3연패 포함 7경기 연속 무승에 그쳤고, FA(축구협회)컵 16강에서 K3(3부) 양주시민축구단에 덜미를 잡혔다. 연봉이 높은 노장 선수들이 설렁설렁 뛴다며 ‘병장축구’라 조롱 받기도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베테랑 이동국이 은퇴하고, 손준호가 중국으로 떠났는데, 주장 겸 중앙수비 홍정호(32)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인생수비’를 펼치며 중심을 잡아줬다. 지난 라운드 수원FC전에서 결승골을 뽑아냈다.
지난달 ‘사실상 결승전’이라 불린 경기에서 울산을 3-2로 꺾었다. 36라운드에서 수원FC에 덜미를 잡혔지만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떡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전북에는 ‘우승 DNA’가 있었다. 홍정호는 “2018년에 우승 한 번 해봤다고, 2019년에는 마음이 편하더라”고 말했다.
전북에만 12년간 머물며 K리그에서 선수로 2회, 코치로 6회 우승을 차지한 김상식(45) 감독 역시 우승하는 법을 알았다. 전북 팬은 ‘지성과 상식이 통했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박지성 전북 어드바이저도 유소년과 프로를 오가며 힘을 보탰다. 전북에서 K리그 8회 우승을 이끈 뒤 작년에 은퇴한 이동국은 이날 라커룸을 찾아 “승리의 요정이 왔으니 무조건 이길거다. 의심하지 말라”고 말해줬다.
올 시즌 영입한 백승호(24)와 송민규(22) 젊은피가 경기 템포를 올렸다. 또 외국인 공격수 구스타보와 일류첸코가 돌아가면서 15골씩 넣으며 ‘순환근무’란 평가를 받았다.
전북은 최다득점(71골), 최소실점(37실점)으로 마무리했다. 올해도 ‘전북 천하’였다. 경기 후 김상식 감독은 “7경기 연속 승리가 없을 때 팬들의 비난과 사랑을 받았고, 흰머리가 늘었다. 팬들 앞에서 전무후무한 5연패 새 역사를 써서 기쁘다. 울산전에서 3차례 승리가 없었는데, 지난달 3-2로 이긴 게 승부처였다. 최고 수훈 선수를 꼽으라면 홍정호다. 이동국이 떠난 자리를 잘 메워줬고, 선후배를 잘 챙기며 유대관계를 이끌었다”고 했다.
반면 홍명보 감독을 영입해 3관왕까지 노리던 울산은 결국 무관에 그쳤다. FA컵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탈락했고, 리그에서도 3년 연속 전북 벽에 막혔다. 2005년 이후 16년 만에 노리던 울산은 무려 10번째 준우승을 기록하게 된다. 이동준, 원두재, 이동경 등 젊은피가 잘해줬지만 대표팀을 오가며 부상을 당한게 뼈아팠다.
올 시즌 7일 발표되는 최우수 선수(MVP) 무게 추는 홍정호로 쏠리는 분위기다. 홍정호는 ‘우승팀 프리미엄’에 최종전에서 득점왕(22골) 주민규를 무실점으로 꽁꽁 묶어 가점을 받았다. 대항마는 울산 공격수 이동준보다는 제주 공격수 주민규가 꼽힌다. 2016년 광주 정조국(20골)에 이어 5년 만에 국내 선수 득점왕에 등극했다. 각 구단 감독(30%)과 주장(30%), 미디어(40%) 투표로 가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