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 차례로 득점한 뒤 함께 기뻐하는 최정(왼쪽)과 추신수. [연합뉴스] SSG 랜더스는 올 시즌 가장 아깝게 포스트시즌 티켓을 놓친 팀이다. 정규시즌 종료 직전까지 5강을 유지했지만, 마지막 144번째 경기에서 패하면서 6위로 밀려났다. SSG 간판타자 최정(34)은 "올 시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 시즌을 끝까지 완주하느라 김원형 감독님과 선수들 모두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며 애써 아쉬움을 달랬다.
최정은 올해 개인 통산 3번째 홈런왕에 올랐다. 134경기에서 홈런 35개를 때려내고 100타점을 올려 리그 최고의 장타력을 뽐냈다. KBO리그 역대 두 번째로 통산 400홈런 고지도 밟았다. 다만 가을야구에서 홈런 1위의 위용을 뽐낼 기회를 잃은 게 유일한 흠이다. 그래서 그는 내년 시즌엔 팀과 함께 왕좌에 오르겠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 "개인 성적이 좋아 다행이지만, 2022년엔 팀이 더 높은 곳에 오르도록 힘을 실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 희망의 원동력은 추신수의 재계약과 새 외국인 타자 케빈 크론의 영입이다. 메이저리그(MLB)에서 16년을 뛴 추신수는 KBO리그 첫 시즌인 올해 타율 0.265, 홈런 21개, 69타점, 84득점, 도루 25개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령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고, 출루율 6위(0.409)에 올라 녹슬지 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추신수는 최근 SSG와 1년 연봉 27억원에 재계약해 내년 시즌에도 팀에 합류하게 됐다. 올해는 팔꿈치 통증을 참아가며 137경기에 나섰지만, 내년에는 건강한 몸으로 풀시즌을 소화하기 위해 일찌감치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최정은 "추신수 형의 리더십과 조언이 선수단을 많이 변화시켰다. 올해 더 즐겁게 야구를 했고, 야구에 더 빠져들게 됐다"며 추신수의 재합류를 반겼다. 또 "추신수 형이 KBO리그를 한 시즌 경험해봤으니, 두 번째 시즌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낼 것 같다. 30홈런-30도루에 도전해도 좋을 것"이라면서 "내가 형에게 우스개소리로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어쩌면 실제로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제이미 로맥의 자리를 대신할 크론도 내년 SSG 타선의 기대주다. 로맥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통산 홈런 155개와 409타점을 기록한 뒤 현역 은퇴했다. 올 시즌엔 홈런 20개와 52타점을 올려 5시즌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SSG는 로맥의 후임으로 크론을 영입해 '홈런 군단'의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다.
크론은 마이너리그에서 6년간 홈런 151개를 친 거포형 타자다. 출루율(0.449)과 장타율(0.777)을 합한 OPS가 1.226이었다. 올해는 일본 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카프에서 홈런 6개, 16타점으로 부진했지만 한국 팀들로부터 꾸준한 관심을 받은 이유다.
최정은 "꾸준히 활약하던 로맥이 떠나게 돼 무척 아쉽다. 요즘은 검증된 외국인 타자를 찾는 게 어려워서 더 그렇다"며 "좋은 선수가 좋은 활약을 해줘서 내년에도 우리 팀이 외국인 타자 덕을 봤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크론이 2018시즌의 로맥(타율 0.316, 홈런 43개, 107타점)에 버금가는 활약을 해준다면, SSG의 대권 재도전도 꿈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