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IBK기업은행이 김호철(66) 감독을 선임했다. 김 감독은 "감독이자 아빠 같은 마음으로 선수들을 보듬겠다"고 했다.
IBK기업은행은 8일 김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김 감독은 18일 흥국생명전부터 2023~2024시즌까지 IBK기업은행을 지휘한다.
선수 시절 명세터로 이름을 날린 김 감독은 지도자 변신 후에도 남자부 현대캐피탈을 맡아 두 차례 V리그 정상에 올렸다. 러시앤캐시(우리카드 전신) 지휘봉도 잡았고, 이후 현대캐피탈도 돌아오기도 했다. 2014~2015시즌을 남자 배구 대표팀을 지도하기도 했던 김 감독은 IBK기업은행을 통해 7년 만에 V리그로 돌아오게 됐다.
이탈리아에 머물던 김호철 감독은 7일 밤 귀국했다. 배구선수 출신인 딸 미나씨를 포함해 김 감독의 가족들은 현역시절 활약했던 이탈리아에서 거주하고 있다. 김 감독은 "크리스마스를 가족들과 보내려고 한 달 전에 갔다. 자가격리가 16일에 끝난다"고 전했다.
김호철 감독은 "감독 후보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며칠 전에 구단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제안을 받았다. 한참 망설이고 고민했다. 팀이 워낙 안 좋은 상황이지만, 정확한 팀내 상황은 나도 언론을 통해 본 게 전부다. 새롭게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번 사태를 전해들으면서 배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도쿄올림픽으로 여자 배구 인기가 높아졌는데 찬물을 끼얹는게 아닌가 했는데 안타까웠다"고 했다.
김 감독은 자가격리 기간 기업은행 경기를 보며 전술을 연구할 계획이다. 김 감독은 "외국에 있다 보니 경기도 전혀 보지 못했다. 코칭 스태프는 현재 인원들과 손발을 맞출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팀을 이탈해 있는 조송화 활용에 대해선 대답을 아꼈다. 김 감독은 "선수 기용에 대해선 구단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선수 문제는 구단에 일임했다"고 말했다.
김호철 감독은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보다는, 배구 선배로서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정확한 상황을 모르니까 선수들을 만나 보고, 얘기를 먼저 듣겠다"고 했다. 이어 "가장 힘든 게 선수들이다. 하고 싶은 말도 못 하고 어려울 것이다.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게 신경쓰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호철 감독이 여자 팀을 맡은 건 처음이다. 김 감독은 "남자와 여자 선수의 차이가 있지만 배구는 어차피 똑같다"고 했다. 남자팀을 지도하던 시절 김 감독은 선수들을 강하게 이끌어 '버럭 호철'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는 "나이가 많이 들었다. 이제는 할아버지다. 예전에는 '버럭 호철'이란 말도 들었지만, 선수들의 말을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감독 겸 아빠처럼 팀을 이끌고 싶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한편 IBK기업은행은 김사니 코치의 사의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무단이탈로 한국배구연맹(KOVO) 상벌위원회를 앞둔 세터 조송화를 두고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프런트 혁신의 일환으로 사무국장을 교체하고 전문인력 보강 등 혁신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윤종원 IBK기업은행 행장은 "구단주로서 이번 사태를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선수단 내 불화와 팀 이탈, 임시 감독대행 선임 등의 과정에서 미숙하고 사려 깊지 못한 구단 운영으로 팬들의 실망을 야기한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올바른 선수단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재창단이라는 각오 아래 신임 감독을 중심으로 한 선수단 체질 개선, 프런트의 근본적인 쇄신 추진 등으로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