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들이 열어놨던 하늘길을 다시 닫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다시 움츠러들어 항공주 하락장이 예상됐지만, 오히려 항공주는 상승곡선을 이어가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와 함께 운항을 재개했던 노선들이 속속 중단되거나 일정이 조정되고 있다.
당장 연말 여행수요를 대비해 에어서울이 이달 23일 인천~괌 노선을 재개할 예정이었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운항 재개시기를 내달 29일로 연기했다.
제주항공 역시 오는 16일까지 예정됐던 괌 노선 7편 운항을 모두 취소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25일부터 괌 노선 운항을 재개하고 이달부터 주 4회 괌 노선을 운항할 예정이었으나, 오미크론 확산으로 운항 일정을 조정하기로 했다.
티웨이항공 역시 내주 인천~괌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방침을 내놨고, 진에어의 경우 주 4회 운항 중이던 인천~괌 노선에 대해 지난 8일과 10일은 운항을 취소했다.
업계는 오미크론 영향으로 국제선 운항이 연쇄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 국제선을 줄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관련 부서에서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국제선 축소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처럼 업황이 축소되는 분위기가 무색하게, 항공사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인다. 전날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7000명을 넘어서며 잠시 주춤했지만, 이날 이내 오름세로 전환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50원(1.19%) 내린 2만91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진에어(2.30%), 티웨이항공(0.64%), 아시아나항공(1.26%), 에어부산(1.36%)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하지만 이날 대한항공 주가는 전일대비 1.8% 올라 2만9650원으로로 마감했다.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1.4%, 4.0% 오른 1만725원, 2만400원에 장을 마쳤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각국 정부가 다시 출입국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며 "내년을 앞두고 점진적으로 국제선 운항을 재개하려던 항공사들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반복되는 재확산에 방역체계와 소비심리 모두 내성이 생겼기 때문에 이번 오미크론의 출현으로 항공주의 바닥에 대한 판단은 편해졌다"고 진단했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오미크론 출현으로 항공 물류 대란이 심화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 10~11월 국제선 여객 수가 2019년의 6%밖에 안될 정도로 여객 운송이 부진하면서 화물 항공기에 집중해온 만큼 물류대란으로 항공화물 운임이 추가 상승하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된다.
한국투자증권은 대한항공의 4분기 화물운임이 전분기 대비 21%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예상보다 여객 매출액은 240억원 감소하는 데 그치는 반면 화물에서 700억원 늘어날 것이라는 추정이다.
대신증권도 대한항공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상회해 4분기 매출액 2조7059억원, 영업이익 53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1%, 346.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도 국제선 운항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고 화물기가 실적을 이끄는 상황이라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일시적 후퇴'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도 "4분기 사상 최대 실적 예상됨에도 주가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국제선 여객 정상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항공화물 시황은 호황이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