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그룹은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중흥그룹 제공
대우건설이 곡절 끝에 세 번째 주인을 맞았다. 산업은행이 2019년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에 대우건설을 떠넘긴 후 약 11년 만이다. 새 주인이 된 중흥건설은 대우건설을 품고 단번에 업계 빅3로 도약했다.
중흥그룹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 50.75% 인수(주식 2억1093만1209주)를 위한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로써 중흥그룹은 지난 7월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뒤 실사를 거쳐 약 6개월 만에 본계약에 성공했다.
곡절이 많았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기준 중흥그룹 소속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은 각각 17위(2조585억원), 40위(1조1302억원)였다. 중흥건설이 삼킨 대우건설은 5위(8조7290억원)다.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대우건설 직원들은 해외 플랜트 사업 경험이 전무하고 규모도 작은 중흥건설이 회사를 경영하기 어렵다면서 격렬하게 저항했다. 2002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인수 및 재매각, 2018년 호반건설 인수 무산 등을 거치면서 대우건설 직원들의 저항도 거칠었다.
업계는 중흥건설이 얼마나 빨리 대우건설의 내부 결속을 다지느냐에 따라 양사의 시너지도 발현될 것으로 내다본다. 중흥그룹은 '소통과 협력'을 내걸고 대우건설 측에 독립경영과 고용 승계, 건설업계 최고 수준 임직원 처우, 내부 승진 보장·능력 중심 발탁 인사, 부채비율 개선 등을 약속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노동조합과 지난 11월 중순부터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구성원 요구사항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우건설 직원들은 세 번째 주인의 약속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서울 시내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해외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토목·플랜트·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사업영역을 다각화해 나갈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284%에 달하는 대우건설 부채비율을 105%까지 낮춘다는 목표도 세웠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더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