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보이’ 이상호(26·하이원·사진)가 12일 러시아 반노예에서 열린 2021~2022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알파인 남자 평행 회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전날 평행 대회전에서 FIS 월드컵 첫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월드컵 대회에서 처음으로 이틀 연속 메달을 딴 한국인이 됐다.
이상호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알파인 평행 대회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스키가 동계올림픽 메달을 딴 것은 1960년 스쿼밸리 대회에 처음 출전한 이후 58년 만이었다. 그가 레이스를 펼친 휘닉스 평창 슬로프에는 이를 기념해 ‘이상호 슬로프’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 1월 어깨 수술을 받으면서 슬럼프에 빠졌다. 재활 치료를 마친 뒤 2020~21시즌 복귀했지만, 세계선수권에서 12위에 머무는 등 고전했다.
절치부심한 이상호는 지난여름 스위스 사스페에서 강도 높고 질 좋은 설상 훈련에 집중했다. 가을까지 유럽에서 체력 훈련까지 병행해 더 단단한 선수가 됐다. 효과는 이번 FIS 월드컵 연속 메달로 나타났다.
평행 대회전에선 세계적 강호를 연이어 꺾었다. 결승전 초반 스타트에선 슈테판 바우마이스터(독일)에 0.45초까지 뒤처졌다. 하지만 경기 중후반 매끄러운 레이스로 격차를 좁혀 마지막 5개의 기문을 남겨놓고 역전에 성공했다. 평행 회전에서도 안정적인 레이스가 돋보였다. 이상호는 8강에서 스노보드 알파인 최강자 롤랭 피쉬날러(이탈리아)를 꺾으며 고비를 넘겼다. 대망의 결승에선 안드레아스 프로메거(오스트리아)와 엎치락뒤치락하는 레이스 끝에 0.27초 차이로 뒤져 2위로 피니쉬 라인을 통과했다.
긴 부진의 터널을 통과한 이상호의 다음 목표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다. 그는 “어제 이어서 오늘도 시상대에 오르게 돼 너무 기쁘다. 많은 지원을 해주신 협회와 코치진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응원해주시는 스노보드 팬들이 계셔서 가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