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 어깨 염증이 생기면서 부진했다. 4월 두 경기에만 등판해 평균자책점 21.21로 극도의 부진을 겪었다. 게다가 지난 5월 19일에는 부친상의 아픔까지 그를 찾아왔다.
고난을 마친 임찬규는 다른 투수가 되어 돌아왔다. 6월 22일 복귀 후 15경기 86이닝 평균자책점 2.93으로 에이스급 호투를 펼쳤다. 되찾은 강속구 덕이다. 구속은 그에게 해묵은 숙제였다. 신인 시절만 해도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던졌지만,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점차 구속이 내려갔다. 전역 후인 2016년부터는 시속 140㎞를 넘기기도 쉽지 않았다. 올해 후반기는 달랐다. 정규시즌 임찬규의 구속은 평균 시속 140대 중반, 최고 시속 149㎞까지 올라갔다. 이어 선발투수로 등판했던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에서는 기어이 시속 150㎞를 찍었다.
임찬규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주신 축복인 것 같다”며 “10년 동안 구속을 올리기 위해 정말 많은 시도를 했다. 체중이 가벼워 일부러 웨이트를 하며 찌우기도 했다”며 “그런데 상을 치르면서 체중이 6㎏이 감소하니 오히려 몸 상태가 좋아졌다. 트레이닝 과정에서 몸을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됐고 구속도 오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경기 내용은 좋아졌지만 불운도 따랐다. 올 시즌 단 1승(8패)에 그쳤다. 호투하고도 대부분의 경기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임찬규는 “개인 승리야 하면 기분 좋은 문제일 뿐이다”라면서도 “하지만 2~3승을 더 거뒀다면, 3~4패를 덜 했다면 팀이 1위를 하지 않았을까”라며 아쉬워했다. LG는 1위 KT와 단 1.5경기 차이로 정규시즌 3위에 머물렀다. 임찬규의 말처럼 2~3경기의 결과가 LG의 성적표를 바꿨다.
내년 목표는 올 시즌 후반기 재현이다. 임찬규는 내년 한 시즌 내내 빨라진 구속을 유지하고,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선발 투수가 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구속이 계속 올라오던 상황에서 시즌이 마무리됐다. 150㎞를 되찾았다는 것에 정말 감사하지만, 비시즌 동안 준비해 최고 구속뿐 아니라 평균 구속도 더 끌어올리고 싶다”며 “그동안 어깨와 탄력 운동에 집중했는데 이제 코어 근육이나 유연성을 키워서 높아진 구속을 유지하려 한다”고 각오를 전했다. 그는 이어 "올해 슬라이더 상하 무브먼트 내용이 좋아진 것도 만족한다. 고영표(KT 위즈)처럼 체인지업만으로 타자를 압도할 수 없는 만큼 직구, 체인지업,커브에 슬라이더의 피치 터널링과 조합을 더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임찬규는 “규정 이닝을 소화하면서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싶다. 그렇게만 된다면 팀이 정말 높은 곳에 있지 않을까”라며 “올해 후반기처럼만 풀 시즌을 소화할 수 있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개인 커리어 중 가장 많은 이닝(종전 147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 거라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고 전했다.
올해 한 끗 차이로 우승을 놓친 임찬규는 다시 한번 우승 도전을 꿈꾸고 있다. 그는 “팀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올해 아쉽게 마지막까지 오르지 못했다”며 “선수들이 많이 반성했고 부족한 부분을 깨달았다. 다시 한번 큰 꿈을 향해 도전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