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성 히어로' 황민경(31)이 현대건설의 선두 행진을 이끈다. 화려하진 않아도 든든한 수비와 강한 서브, 묵직함으로 주장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개막 이후 15경기를 치르는 동안 딱 한 번 졌다. 개막 12연승 이후 도로공사에세 패했지만, 이후 2연승을 이어가며 1위를 달리고 있다. 3년째 캡틴을 맡고 있는 황민경의 마음도 새롭다.
황민경은 "팀 분위기가 좋다. 이렇게까지는 잘 될 거라고는 예상 못 했다. 솔지히 플레이오프권 정도를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황민경은 마음을 놓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1라운드 전승을 달렸지만, 계속 잘 될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아직 안심할 수 없다. 2위권과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초반에 승점을 많이 따놓아야 한다"고 했다.
황민경은 2019~20시즌을 앞두고 처음 주장이 됐다. 현대건설은 정규시즌 1위로 순항했지만, 코로나19로 끝까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챔프전은 열리지 않았고, 우승으로도 인정받지 못했다.
지난해엔 최하위까지 추락했다. 극과 극을 모두 경험한 황민경도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황민경은 "꼴찌일 때 많이 힘들었다. 내가 부족한 게 많이 느껴져서 힘들었다. 올해는 팀원들 덕분에 잘 되는 거 같다"고 했다.
스스로를 낮췄지만 올 시즌 황민경의 활약은 작지 않다. 득점은 팀내 5위지만 리시브와 디그는 2위다. 서브와 상대 스파이크를 받기 위해 항상 몸을 날리고 있다. 황민경은 "이젠 요령이 생겨서 멍이 생기진 않는다"고 웃었다. 그는 "제가 해야하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공격적인 부분은 다른 선수들이 할 수 있고, 내가 다른 부분을 신경쓰면 팀도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
커리어 로우에 가까웠던 지난 시즌과 달리 컵대회(득점 2위)부터 황민경의 반등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황민경은 "작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몸 상태도 그렇지만. 심리적으로도 편해졌다. 컵대회를 치르면서 확신까지는 아니지만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황민경의 강점은 서브다. 서브왕도 한 차례 차지했고, 통산 서브 득점은 313개로 4위다. 현재 추세라면 언니들을 제치고 통산 1위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엔 서브 에이스는 11개에 머물렀다. 데뷔 첫 시즌을 제외하면 가장 적은 숫자다. 발바닥과 허리 부상 때문이었다. 시즌 막판에야 힘있게 볼을 때릴 수 있게 됐다.
올 시즌은 더 좋아졌다. 지난 11일 GS칼텍스전에선 1세트에서 3연속 서브 에이스로 점수 차를 벌렸다. 14일 흥국생명전에서도 서브득점은 1개지만 초반 6연속 서브로 흥국생명의 기를 꺾었다. 서브 1위 현대건설에서 한 축을 맡고 있다.
황민경은 "강성형 감독님께서 범실을 해도 되니 강하게 서브로 공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잘 된 것 같다. 모든 훈련에 있어서 범실을 신경쓰지 말고, 공격적인 배구를 하자고 하신다"고 설명했다.
황민경의 별명은 '밍키'다. 동료들도 다들 그렇게 불러 이제는 이름보다 익숙한 호칭이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중인데 그 이름도 '황밍키'다. 선수들과의 일상, 여행, 짧은 영상들로 소통하고 있다. 최근 구독자 2만 명을 넘어섰다.
황민경은 "팬들이 생일 파티를 해주셔서 애장품 경매를 했다. 팬들이 코로나 때문에 못 만나니까 라이브 방송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했고, 팬 중 한 분이 편집을 해주셔서 꾸준히 올리게 됐다. 시간을 내서 찍기보다는 가볍게 찍은 걸 올린다. 올려놓고 보니 나중에 돌아보는 재미도 있어서 좋다"고 했다. 그는 "최근 팬들이 늘었다. 방역 상황이 좋지 않은데 경기장 많이 찾아주셔서 놀랍고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황민경의 목표는 2년 전엔 불가피하게 치르지 못한 챔프전까지 가서,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는 것이다. 황민경은 "사실 정규리그 1등이 더 힘들다. 6개월을 지켜낸 건데 인정을 못 받아서 속상했다. 챔프전도 아예 못 해서 아쉬웠다"며 "목표는 언제나 우승이다. 지금도 우승을 하기 위해서 다같이 노력하고 있다"고 각오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