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33)과 정훈(34), 두 명의 내부 FA(자유계약선수)를 둔 롯데는 이들과의 계약 협상을 서두르지 않는 모양새다.
롯데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 시즌에도 "FA 협상과 관련해서 외부에 언급하지 않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함구하고 있다. 선수 측과 만나 교감하며,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는 기본적으로 둘 다 잡겠다는 방침이다.
손아섭은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이대호가 해외 진출로 자리를 비우고, 강민호가 삼성 라이온즈로 FA 이적했을 때도 자이언츠를 떠나지 않고 지켰다. 시즌 타율 0.319, 통산 타율 0.324로 정교한 타격은 여전하다. 장타율이 0.397로 급감해 '에이징 커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악바리 정신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4년 전 총액 98억원의 거액을 투자해 손아섭을 잔류시킨 이유다.
정훈은 30대 중반에 개인 첫 FA 자격을 얻은 늦깎이다. 2006년 육성 선수로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뒤 이듬해 방출된 정훈은 현역 군 복무, 아마추어 야구 코치, 롯데 육성 선수 테스트를 거쳐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2013~2016년 주전 2루수로 활약 후에 다시 백업으로 밀려난 그는 타격을 보강해 주전을 다시 꿰찼다. 지난해 111경기 타율 0.295·11홈런·58타점을 올렸고, 올 시즌엔 135경기에서 타율 0.292·14홈런·79타점으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팀 상황에 따라 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글러브를 꼈고, 올해 롯데에서 4번 타자(201타석)로 가장 많이 나서기도 했다. 팀 내 기여도와 활용 폭이 컸다.
B등급 손아섭은 보상금이 최대 10억원, C등급 정훈은 최대 1억5000만으로 크지 않다. 타 구단에서 충분히 군침을 흘릴 만한 자원이다. 정훈은 보상금이 적고 지명타자나 백업 등으로 활용 폭이 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손아섭도 타 구단과 접촉하고 있다.
다만 손아섭과 정훈 모두 대어급 FA는 아니다. 이미 이적을 했거나, 협상 중인 나성범과 박건우, 김재환, 김현수, 황재균 등에 밀려 주목도는 다소 떨어진다. 결국 대어급 FA의 교통정리가 어느 정도 이뤄져야 한다. 선수 측에선 FA의 연쇄 이동에 따른 타 구단의 제안을 기다리며 몸값을 올릴 수 있는 계기로 판단하고 있다.
롯데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내부 FA와 계약을 추진한다. 최근 몇 년간 성적 대비 선수단 몸값이 워낙 높았던 탓에 '오버페이하지 않겠다'는 기조다. 롯데에서는 두 선수의 거취가 확정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시장 상황에 따라 재계약 협상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