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연맹 김호철(66) IBK기업은행 신임 감독이 프로배구 여자부 사령탑 데뷔전에서 패배를 기록했다.
IBK기업은행은 18일 경기도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2 V리그 홈 경기에서 흥국생명에 0-3(23-25, 22-25, 27-29)으로 졌다. 3연패에 빠진 기업은행은 승점(8점, 3승 13패)을 추가하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김호철 감독의 V리그 복귀전으로 이목을 끌었다. 김호철 감독은 2015년 3월 23일 현대캐피탈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6년 9개월 만에 V리그 코트에 복귀했다. 앞서 국가대표팀과 프로팀 등 남자 사령탑만 지낸 그가 처음으로 여자부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최근 내홍을 겪은 기업은행은 산전수전 다겪은 김호철 감독에게 SOS를 보냈다. 기업은행은 최근 성적 부진과 선수단 불화로 끝없이 추락했다.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이 경질됐고, 이 과정에서 조송화와 김사니 코치가 팀을 떠나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김사니 코치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겨 비난을 자초했다. 결국 김사니 코치도 사의를 표명하고 팀을 떠났다. 기업은행은 여자부 사령탑을 맡은 적은 없지만 카리스마를 갖춘 경험 많은 김호철 감독에게 사령탑을 제의했고, 이탈리아에 머무르던 김 감독은 다소 놀라면서 이를 받아들였다. 그는 "IBK기업은행 내부에 문제점이 많아서 누구든지 빨리 수습해야 배구계를 향한 나쁜 소식들을 빨리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배구인으로서 도와야겠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감독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자가격리를 끝내고 지난 16일 팀 훈련에 합류한 뒤 훈련 방식과 팀 분위기를 고쳤다. 마침 이날부터 레베카 라셈의 대체 선수로 들어온 달리 산타나(등록명 산타나)가 출전하게 됐다.
남자팀을 지도하던 시절 김 감독은 선수들을 강하게 이끌어 '버럭 호철'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호통치고 다그치는 모습이 자주 비쳤다. 그는 "나이가 많이 들었다. 이제는 할아버지다. 예전에는 '버럭 호철'이란 말도 들었지만, 선수들의 말을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감독 겸 아빠처럼 팀을 이끌고 싶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여자부 지휘봉을 잡고 공식적으로 처음 나선 이날 김호철 감독은 경기 내내 환한 표정을 지었다. 선수들의 아쉬운 플레이가 나와도 웃는 모습이었다. 교체돼 나오는 선수에게는 일대일로 조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셧 아웃 패배로 끝까지 웃진 못했다. 마지막 집중력이 조금 부족했다.
1세트 10-4로 앞서며 분위기를 끌고 왔으나, 13-10에서 연속 5점을 뺏겨 역전을 내줬다. 22-24에서 김주향의 오픈 공격으로 턱밑까지 쫓았지만, 캐서린 벨(등록명 캣벨)에게 득점을 내줘 1세트를 뺏겼다. 2세트는 10-10에서 리드를 허용했고, 김채연과 박혜진 등에게 블로킹을 당해 분위기를 잃었다. 3세트는 4번의 듀스 상황이 벌어질 만큼 접전이 펼쳐졌으나 웃지 못했다. 기업은행은 24-23 세트포인트를 먼저 올렸지만, 교체로 투입된 최수빈의 서브 범실로 흥국생명에 듀스를 내줬다. 이어 27-27에서 캣벨의 연속 득점으로 무릎을 꿇었다.
기업은행 유니폼을 새롭게 입은 산타나는 경기 감각 부족으로 7득점(성공률 33.33%)에 그쳤다. 김희진이 팀 내 최다인 17점을 올렸다.
5위 흥국생명은 3연패에서 탈출, 시즌 4승(12패)째를 거두며 승점 12를 기록했다. 캣벨이 양 팀을 통틀어 최다인 29점을 쓸어담았다. 김미연도 10점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