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일본 J리그 최종전을 마치고 귀국했어요. 코로나19 자가 격리가 어제 풀렸어요. 메디컬 테스트를 받고 올라오는 길입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철벽 수비와 함께 결승 골을 터트려 ‘킹영권’이라 불리는 김영권(31)을 지난 16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만났다. 울산 현대는 19일 김영권 입단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올해까지 뛰었던 감바 오사카로부터 연봉 1억5000만엔(15억6400만원) 수준의 연장 계약을 제안 받았다. 또한 그가 초·중·고·대학교를 나온 전주의 연고 팀 전북 현대로부터도 꾸준히 관심을 받았다. 고민 끝에 울산을 택한 김영권은 “감바와 계약이 끝나고 고민할 때, 울산이 가장 적극적이었다”고 전했다. 울산은 불투이스와 작별하고 김영권에게 K리그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해줬다. ‘은사’ 홍명보(52) 울산 감독의 영향이 가장 컸다. 김영권은 “격리 기간 홍 감독님이 전화하셔서 ‘대표팀에서 한 것처럼 울산에서 수비를 해달라. 네 경험도 활용해 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이)청용이 형도 ‘꼭 와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영권은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8강), 2012년 런던올림픽(동메달), 2014년 브라질월드컵(조별리그 탈락)을 홍 감독과 함께 치렀다. 김영권은 “청소년 대표 시절 좋은 경기를 했고, 올림픽에서 역사를 썼다.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을 아쉽게 마무리한 게 마음에 걸렸다. 홍 감독님께 언젠가 보답하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가 왔다”며 “울산은 K리그에서 볼 점유율이 높고, 골키퍼와 수비부터 빌드업하는 축구를 한다. 저와 그런 부분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김영권은 2010년 FC도쿄로 떠난 뒤 오미야(일본), 광저우 헝다(중국), 감바 오사카 등을 거치며 해외에서만 12년을 뛰었다. 과거 스탕다르 리에주(벨기에)와 릴(프랑스)에서 공식 오퍼가 왔고, 2015년 에버턴(잉글랜드)의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은 “김영권에게 관심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속팀 반대 등으로 성사되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 지내고 싶은 마음도 K리그에 온 배경이다. 김영권은 “기대와 설렘만큼 걱정과 부담도 크다. 주위 사람들과 팬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올 시즌 전북과 울산의 우승 경쟁에 대해 그는 “3자 입장에서 재미있게 봤다”며 웃었다. 결국 전북이 우승했고, 김영권과 청소년 대표 때부터 센터백으로 호흡을 맞췄던 친구 홍정호(32·전북)가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김영권은 “정호가 주장을 맡아 마음고생을 했을 텐데, 그걸 견뎌내 자랑스럽다”며 “전 도전자 입장이다. 정호는 우승도 하고, MVP도 받았으니 이제 넘겨줄 때가 됐다. 욕심부리고 많이 먹다가는 체할 수 있다”며 웃었다.
울산의 마지막 우승이 2005년이고 창단 후 준우승만 10번이라는 말에 김영권은 깜짝 놀라며 “너무 오래됐다. 이제 (우승)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영권은 광저우 헝다에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2회 등 우승을 11회나 경험한 ‘킹메이커’다.
김영권은 2010년 A대표팀에 처음 뽑힌 뒤 11년간 A매치 85경기(4골)를 뛰었다. 김민재(페네르바체)와 센터백 듀오인 김영권은 “서로 발 맞춘 지 오래돼 말하지 않아도 잘 안다”고 말했다. 대표팀 포백은 김민재-김영권-이용(전북)이 붙박이고, 왼쪽 수비 김진수(전북)와 홍철(울산)이 경합 중이다. 대표팀에서 김영권을 따르는 후배들이 많고, 코치진도 김영권과 많이 상의한다. 김영권은 “선수단에서는 파울루 벤투 감독님을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 월드컵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씩 총 6경기 풀타임을 뛰었다. 김영권은 “제 축구 인생이 월드컵 9경기 연속 풀타임으로 끝나면 안 된다. 13경기는 가야 한다. (조별리그 통과처럼) 목표를 낮게 잡으면 만족하고 마음을 놓을 수 있다”고 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총 7경기를 치르겠다는 각오를 나타낸 것이다. 김영권은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결승 골을 터트린 뒤 팔뚝에 입을 맞추는 골 세리머니를 했다. 김영권은 “울산에서는 호랑이 발톱을 드러내는 ‘어흥 세리머니’도 좋을 것 같다”며 “내년이 호랑이의 해(임인년)이니, 호랑이가 정상에 올라야 하지 않겠나. 울산도 챔피언에 오르고, 한국 축구도 카타르에서 높이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침 울산 현대의 상징도, 한국축구 상징도 호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