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포심패스트볼)는 투수가 던지는 가장 빠른 공이다. 거의 모든 투수가 직구를 던지고, 모든 변화구는 직구가 좋아야 빛을 발한다. 그래서 직구는 투수의 기본이자 자존심이다.
그렇다면 올해 KBO리그 투수들 중 최고의 직구를 던진 선수는 누구일까. 10개 구단 간판타자 30명에게 물었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투수는 롯데 자이언츠 최준용(20). 올해 신인왕 투표 2위에 오른 2년 차 신예 투수다. 최준용은 3분의 1에 해당하는 10명에게 "최고의 직구"라는 평가를 받아 내로라하는 선배 투수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불펜 투수인 최준용은 직구와 슬라이더만 던지는 '투 피치' 유형의 투수다. 그중 직구 구사 비율은 73.1%. KBO리그 전체 투수 평균(43.1%)보다 훨씬 비중이 크다. 반면 직구 피안타율은 0.237로 리그 평균(0.279)보다 월등히 좋다.
올해 타격왕과 홈런왕이 모두 최준용의 직구를 으뜸으로 꼽았다. 타율 1위 이정후(키움)는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직구에 헛스윙을 잘 하지 않는데, 최준용의 직구에는 헛스윙한 기억이 많다”고 했다. 홈런 1위 최정(SSG)은 “구속이나 투구의 분당회전수(RPM) 등 객관적인 수치가 높기도 하고, 직접 체감한 구위도 무척 좋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준용의 ‘볼끝’에 많은 선배 타자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한유섬(SSG)은 “종속이 다른 투수들에 비해 묵직하다”고 했고, 유강남(LG)은 “마지막 순간 눈앞에서 떠오르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정은원(한화)과 이용규(키움)도 “볼끝이 가장 좋은 투수”라고 입을 모았다.
이뿐만 아니다. 박경수(KT)는 “타석에서 직접 봤을 때 더 위력적인 느낌을 받는 투수”라고 했다. 하주석(한화)은 “원래 스피드(평균 시속 146.5㎞)도 빠르지만, 구속이 비슷한 다른 투수들의 직구보다 치기 까다롭다”고 했다. 최주환(SSG)은 “디셉션(투구 시 공을 숨기는 동작)이 좋아 더 위력적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올해 20홀드를 올린 최준용은 특히 후반기 29경기에서 13홀드(평균자책점 1.86)로 더 강해졌다. 내년 시즌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LG 필승 불펜 정우영(5표)과 마무리 투수 고우석(4표)은 각각 2위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우영은 드물게 시속 150㎞ 안팎의 강속구를 던지는 장신(1m93㎝) 사이드암 투수다. 양의지(NC)는 정우영의 직구를 첫손가락에 꼽으면서 “공이 ‘장난 아니게’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박찬호(KIA)는 “직구인데도 공이 춤을 추는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매우 빠르다”고 감탄했고, 양석환(두산 베어스)은 “직구가 직구처럼 보이지 않는다. 움직임이 가장 좋다”고 했다.
리그 대표 강속구 투수인 고우석은 올해 최고 시속 157㎞를 기록했다. 강진성(NC)은 “스피드가 너무 빨라서 알고도 (타격 타이밍이) 늦는다. (공이 낮게 날아들어) 포수가 블로킹할 거라고 생각한 순간 (떠오르는 것처럼)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다”고 했다. 김혜성(키움)과 정수빈(두산)은 “공의 힘과 볼끝이 좋아 치기 어려운 직구를 던진다”고 했고, 허경민(두산)은 “체격이 작은데도 공을 때리는 모습을 보면 경이롭다”고 증언했다.
NC 외국인 투수 웨스 파슨스와 키움 강속구 투수 안우진은 2표씩 얻었다. 황대인(KIA)은 “상대해 본 투수 중 파슨스의 구위가 가장 좋다. 땅으로 오는 공 같은데 스트라이크가 되고,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것 같은데 하이볼이 된다”고 했다. 안우진에게 표를 던진 오지환(LG)은 “공의 회전수가 확실히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이 외에도 아리엘 미란다, 최원준, 홍건희(이상 두산)와 김범수(한화) 박종훈(SSG) 앤드류 수아레즈(LG)가 한 표씩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