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보면 어떻게든 밥 한 번 더 먹이려고 하셨던 분이다. 곁을 못 지켜서 죄송스럽다.”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은 26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1~22시즌 정규리그 경기에서 서울 삼성을 66-64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4연패 뒤 2연승을 달린 리그 4위 오리온은 다소 격차가 벌어졌던 선두권 싸움에 다시 끼어들었다.
‘고양의 수호신’ 이승현(29·1m97㎝)이 승리 주역이었다. 이승현은 14점, 9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1쿼터에 7점을 기록한 후 2·3쿼터에서 무득점으로 침묵했지만, 삼성이 끈질기게 추격한 4쿼터에 7점을 올리며 값진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64-64로 팽팽히 맞서던 경기 종료 직전에는 결승 득점에 성공한 최승욱에게 패스를 건네줘 승리에 공헌했다.
올 시즌 출전 시간이 많은 이승현이다. 경기당 평균 34분 26초를 뛴다. 26일 기준 리그 2위. 오리온은 현재 한호빈, 김강선, 최현민 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져있다. 벤치 멤버의 로테이션 가동 제약으로 주전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늘어났다. 이승현은 지난 24일 울산 현대모비스전에서 49분 50초를 소화했지만, 이날 경기에서도 39분 57초 동안 코트에 있어야 했다.
그런데도 이승현은 팀 내 주축인 선수이기에 남다른 책임감을 가졌다. 그는 “체력적으로 당연히 힘들다”면서도 “팀이 어려운 상황이다. 선수는 코트에서 뛰는 게 당연하다. 힘들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을준 오리온 감독도 “선수들이 고생이 많다. 부상 선수가 많다 보니 가동 인원이 적은 게 힘들다”며 주전 선수들의 노고를 에둘러 칭찬했다.
이승현이 경기에서 분투한 이유는 하늘에 계신 외할머니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최근 외조모상을 당한 그는 시즌 일정으로 빈소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비록 빈소를 계속 지키지 못했지만, 이승현은 수훈 선수로 선정돼 기자회견에 나서 외할머니와의 마지막 추억을 간직하는 게 뜻깊다고 느꼈다. 부모가 맞벌이였던 이승현은 학창 시절 외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
이승현은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지금 어려운 마음이다. 이 자리를 빌려서 지금 빈소에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 죄송스럽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어렵게 입을 뗀 뒤 “2연승을 거둔 건 모두 외할머니 덕분이다. 좋은 곳에서 계셨으면 한다. 편안하게 가셨다고 하니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이승현은 경기 종료 후 바로 빈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