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KIA 타이거즈와 FA 계약한 나성범. KIA 제공 2022 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예상보다 훨씬 높은 몸값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까지 FA 계약을 한 선수는 총 12명이다. 계약 총액은 937억원이다. 2016년 기록한 종전 최고액 766억 2000만원을 가뿐히 넘었다. 1999년 FA 제도 도입 이래 지난해까지 총액 기준으로 100억 이상 대형 계약을 맺은 선수는 불과 5명밖에 없었지만, 이번에만 벌써 5명(KIA 타이거즈 나성범·양현종, LG 트윈스 김현수, 두산 베어스 김재환, NC 다이노스 박건우)이 가입했다.
'홈런 타자' 박병호가 미계약 상태로 남아있고, 정훈과 허도환도 팀을 찾고 있어 총액 1000억원 돌파가 점쳐진다.
'오버 페이(overpay·지나친 지급)'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대어급 선수가 넘쳤지만, 이같은 광풍은 예상하지 못한 분위기다. 대부분의 구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역대급 적자를 기록해 앓는 소리를 했다. FA 시장에서 투자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A 구단 단장은 "대어급 외부 FA를 영입하려면 100억 이상 필요하다. 모 그룹에서 100억 타오기 쉽지 않다"라고 했다. 대형 FA 계약의 경우 모그룹의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크게 다른 양상으로 흘러간다. B 구단 관계자는 "우리 리그 규모나 현재 상황을 봤을 때 과열 현상이라 본다. 선수들이 가진 퍼포먼스보다 고평가가 이뤄졌다"라고 지적했다. "이제 FA 시장을 예측하지 못하겠다" "올해 이 정도일 줄 몰랐다"라는 걱정과 위기의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탓에 일부 구단을 FA 시장에서 철수했다. 합리적인 기조를 강조하는 롯데 자이언츠는 내부 FA 손아섭을 '경남 라이벌' NC에 뺏겼다. 손아섭은 롯데 제시액보다 더 높은 총액 64억원(4년)에 사인하며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최재훈과 5년 총 54억원에 계약하며 시장 분위기를 달궜던 한화 이글스도 예상과 달리 외부 FA 영입은 포기했다. SSG 랜더스도 박종훈과 문승원, 한유섬과 KBO리그 최초의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하는데 180억원을 투자했다. 외부 FA 영입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과 달리 내부의 예비 FA를 잡는데 주력했다.
FA 몸값이 크게 오른 건 전력 향상을 위한 투자 외에도 다른 이유도 있어 보인다. 2023년부터 도입되는 샐러리캡(연봉총상한제)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새 제도 도입 전에 올해가 제재 없이 돈을 쓸 수 있다. 이번에 샐러리캡 한도액을 높이면 다음 스토브리그에서 좀 더 유연하게 투자할 수 있다.
C 구단 관계자는 "팀 전력 못지않게 모그룹의 전략적 접근도 눈에 띈다. 팬들이 원하는 FA 선수와 계약을 함으로써 그룹 이미지를 만들려는 모습도 엿보인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