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진 대표이사 사장이 선임 만 1년을 넘긴 가운데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코오롱FnC)의 경영 쇄신이 속도를 내고 있다. 온라인과 골프 부문에 집중하면서 매출 '1조 클럽' 재진입이 유력시 되고, 이달 초에는 '속도와 효율'을 내걸고 종전 본부 체제를 전격 해체하면서 달라질 코오롱FnC의 2022년을 예고했다.
속도·효율·책임 앞세운 코오롱FnC
코오롱FnC는 이달 초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속도와 효율에 방점이 찍혔다. 코오롱FnC는 종전 본부를 모두 깨부수고 각 브랜드가 중심이 된 사업부로 조직을 쪼개놨다.
조직 구조가 단순해지면 소통이 빨라지고, 시장 변화에 한발 앞서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만큼 관리가 수월하고 전략 구축도 용이하다. 조직의 장 입장에서는 어떤 팀이 성과를 냈고, 어떤 팀이 고전했는지 한번에 알아볼 수 있다.
앞서 유 대표는 2020년 11월 부임한 뒤 본부를 일부 개편하는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번 개편은 사업부 체제를 고착시키고 책임과 상벌 또한 분명하게 나누겠다는 유 대표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코오롱FnC 측은 "복잡한 의사 결정 단계를 단순화하고 수평적인 조직이 됐다고 본다. 또한 브랜드의 전략수립과 실행, 개선 등 책임 경영을 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구원등판한 유석진, 지난 1년 성적표는
업계는 유 대표의 선임을 사실상의 '구원등판'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앞서 코오롱FnC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장남인 이규호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무가 지난 2018년 말부터 이끌어왔다.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이 전무는 실질적으로 대표직을 수행한 2019년 패션부문 매출 9729억원, 영업이익 135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매출 1조원을 넘겼고, 영입이익도 399억원을 작성한 것과 비교된다. 코로나19 팬더믹이 덮치면서 코오롱FnC 패션 부문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코오롱그룹은 2020년 11월 이 전무를 글로벌 부문 부사장으로 끌어올리고, 유 코오롱 대표이사 사장에게 코오롱FnC를 맡겼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유 대표가 패션 사업을 해보지 않았고, 코오롱 전략기획실장과 대표 등을 역임한 '재무·전략통'이란 점을 들며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유행이 빠르고, 업황이 밝지 않은 패션부문 이끌기 힘들다는 것이다.
1년을 꽉 채운 유 대표의 성적표는 비교적 준수한 편이다. 코오롱FnC는 올해 3분기까지 매출 6560억원, 영업이익 150억원을 기록 중이다. 현 추세라면 매출 1조원 재입성과 기대치를 웃도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내년은 골프에 방점
코오롱FnC는 그동안 코오롱스포츠 등 아웃도어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왔다. 그러나 2014년 이후 아웃도어 버블이 꺼지면서 코오롱FnC도 위기를 맞았다. 코오롱FnC는 아웃도어 사업을 과감하게 축소하고, 골프와 온라인에서 답을 찾고 있다.
온라인 전용 브랜드 아카이브 앱크, 24/7, 하이드아웃을 전개 중이다. 24/7은 코오롱몰에서만 판매되는데, 지난달 기준 연 누적 매출이 목표대비 약 170%를 넘은 것으로 알려진다.
골프 부문도 선전 중이다. 코오롱FnC는 지난해 1월 골프 편집숍 더카트골프를 열었고, 왁과 지포어 등 골프웨어 브랜드를 활발하게 전개 중이다. 특히 왁은 MZ세대 골퍼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올해 하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가량 신장했다. 지포어는 지난 2월 론칭 이후 3개월 동안 목표 대비 2배 매출을 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 보복소비 영향으로 이른바 패션 '빅5(삼성물산·코오롱FnC·신세계인터내셔날·한섬·LF)' 실적이 모두 날개를 달았다. 코오롱FnC 실적 역시 시장 기대치를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내년에도 디지털과 골프 브랜드, 신규 론칭한 브랜드에 힘을 실을 것이다. 보다 수평적인 조직 분위기 속에서 코오롱FnC만의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