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는 1일 싱가포르 칼랑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AFF(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태국과 2-2로 비겼다. 지난해 12월 29일 1차전에서 0-4로 패한 인도네시아는 1·2차전 합계 점수 2-6으로 밀려 대회를 준우승으로 마쳤다. 대회는 2020년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지난해 12월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동남아의 월드컵' 스즈키컵은 1996년 시작해 지난해 13회째를 맞았다. 인도네시아는 이번 대회를 포함해 준우승만 6회(2000, 2002, 2004, 2010, 2016, 2020)를 기록하게 됐다. 반면 4강에서 박항서 감독이 사령탑인 ‘디펜딩 챔피언’ 베트남을 꺾고 결승에 올라 인도네시아까지 누른 태국은 스즈키컵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6회(1996, 2000, 2002, 2014, 2016, 2020)로 늘렸다.
1차전에서 0-4 대패로 5골이 필요한 인도네시아는 초반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전반 7분 리키 깜부아야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후 태국에 후반 9분과 11분 연속 실점했다. 인도네시아는 패색이 짙은 상황 속에서도 후반 35분 에기 마울라나의 왼발 슛으로 동점을 만들며 최선을 다했다. 이날 경기는 양 팀 합계 파울이 38번이나 불릴 만큼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
1차전 대패 후 “공은 둥글다”며 의연한 자세를 보인 신 감독이었지만 역전 우승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94위 인도네시아가 대회 기간 보여준 이변은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한참 순위가 높은 베트남(98위)과 상대해서도 0-0 무승부를 기록하고, 말레이시아(154위)에 4-1 압승을 거두기도 했다.
특히 젊은 선수들이 보여준 성장이 앞으로의 인도네시아 축구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신 감독은 이르판 자야(26), 이크산 판디(23), 위탄 술라에만(21) 등 젊고 빠른 선수들을 앞세워 대회 기간 공격 축구를 선보였다. 인도네시아는 조별 리그에서 13골을 기록하며 A·B조 10개 팀 중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신 감독도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기대를 건다. 그는 2차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은 아직 어리다. 1차전에서는 선수들의 경험 부족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2차전에서는 잘 싸웠고 무승부를 거뒀다”며 “이러한 경험을 통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 감독은 “다음 대회에서 우리는 틀림없이 우승 후보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스즈키컵 첫 우승은 실패했지만, 신 감독을 향한 인도네시아 축구계의 믿음은 두텁다. CNN 인도네시아에 따르면 모차마드 이리아완 인도네시아축구협회(PSSI) 회장은 “나는 대표팀, 특히 젊은 선수들의 미래를 믿는다. 신태용 감독의 지휘로 팀이 더 성숙해질 것이다”라며 “과정을 믿고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신 감독의 시선은 이제 다음달 2월 14일부터 26일까지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AFF U23(23세 이하)컵으로 향한다. 신 감독은 “2022 AFF U23컵 출전 기회는 젊은 선수들에게 매우 좋을 것”라며 “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앞으로 인도네시아 축구의 발전은 좋게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2019년 AFF U23 대회 우승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