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메시’ 이승우(24·수원FC)가 돌아왔다. 2011년 초등학교 졸업 직후 혈혈단신 스페인에 건너간 지 11년 만이다. 유럽축구 명문 FC 바르셀로나(스페인) 유스팀에서 성장해 프로(성인 B팀)에 데뷔한 그는 헬라스 베로나(이탈리아), 신트트라위던(벨기에), 포르티모넨세(포르투갈) 등 유럽 여러 클럽을 경험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고향 팀인 수원FC와 계약을 맺고 프로축구 K리그 진출을 알렸다. ‘호랑이의 해’를 맞아 더욱 주목받는 ‘1998년생 범띠’ 이승우를 직접 만나 못다 한 이야기를 들었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한국에 돌아왔어요. 다행히 수원FC의 모든 분이 ‘K리그에서 원 없이 뛰어보라’며 격려해주셔서 힘이 나요. ‘특유의 신바람 나는 플레이를 꼭 다시 보고 싶다’는 팬들의 응원도 고맙죠.”
이승우는 인터뷰 직전까지 친한 선·후배들과 함께 인근 축구장에서 훈련을 했다. 실전이 아닌데도 볼을 주고받거나, 슈팅을 시도하는 과정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운동을 마친 이승우는 “올 시즌 K리그 팬들 앞에서 많은 걸 보여드릴 생각을 하니 짧은 훈련에도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유럽 무대 도전을 중단하고 한국행을 결정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승우는 “베로나에서 뛰던 시절 행복했지만, 감독이 바뀔 때마다 출장 시간이 들쭉날쭉한 게 아쉬웠다”면서 "‘충분한 출전 기회를 보장한다’는 약속을 믿고 신트트라위던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건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2년 반 남짓한 벨기에 리그 신트트라위던 생활은 깜깜한 동굴 속에 갇힌 것 같았다. 꾸준히 컨디션을 조절하며 준비했지만, 출전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연습경기에서 골을 넣거나 도움을 올려도 마찬가지였다. 교체 출전은커녕, 출전 선수 엔트리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한 날이 대부분이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이승우는 "원인을 모르니 나도 미칠 것 같았다. 감독 또는 단장에게 여러 번 이유를 물었지만, 매번 ‘전술적인 결정’이라거나 ‘팀 사정’이라는 애매모호한 답만 들었다”면서 "팀 동료들이 ‘도대체 왜 실전에선 너와 함께 뛸 수 없는 거냐’며 오히려 화를 냈다”고 했다. ‘경기력 때문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라고 묻자 "내 컨디션의 문제는 분명 아니다. 자존심을 걸고 대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여러 팀 중에서 왜 수원FC일까. 이승우는 "일본·미국 등등 다른 리그에도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이 있었다. 하지만 고민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돈이 아니라 경기에 뛰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수원FC를 선택할 때) 전술은 물론, 동료 선수들의 특징이나 내가 소화할 수 있는 포지션까지 폭넓게 고려했다. 한편으론 고향에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심리적 안정을 찾고 싶은 마음도 컸다”고 말했다.
수원FC의 특징을 한 단어로 설명해달라는 주문에 이승우는 ‘조화로움’을 꼽았다. "수원FC의 지난해 경기 영상을 모두 구해 여러 차례 돌려봤다”는 그는 "스리백과 포백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공격할 때 빠르게 휘몰아친다. 베테랑부터 신인급 선수들까지 똘똘 뭉쳐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K리그 입성을 준비하며 (기)성용이 형이나 (이)청용이 형 등등 대표팀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다”면서 "형들은 한 목소리로 ‘K리그는 수준 높은 무대다. 수비수들은 강하고 악착같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고 소개했다.
김도균(45) 수원FC 감독은 이승우를 만난 자리에서 "서귀포 전지훈련 출발(3일)에 앞서 몸 상태를 80% 이상으로 끌어올리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승우는 "선수들 사이에서 ‘저승사자’로 불리는 피지컬 코치님의 도움을 받아 지옥훈련을 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꽤 준비가 잘 됐다고 생각하지만, 자만하지 않겠다. 남은 20%는 감독님, 동료 선후배들과 함께 차근차근 채워가겠다”고 했다.
이승우는
생년월일: 1998년 1월6일(24세)
체격: 1m73cm, 63㎏
소속팀: 수원FC
포지션: 윙어, 공격형 미드필더
별명: 코리안 메시, 뽀시래기
A매치: 11경기
주요 이력: U-17 월드컵 16강(2015) U-20 월드컵 16강(2017) 아시안게임 금메달(2018)
2022년은 호랑이의 해다. 1998년생 범띠인 이승우의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지금 호랑이 기운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바로 나”라며 "한국 축구도 올 한 해 호랑이처럼 달려나가야 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한국 호랑이의 용맹함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올 시즌 K리그에서 꾸준히 뛰다 보면 내게도 새로운 기회(대표팀 재발탁)가 찾아올지 모른다”며 "자신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겸손하게 도전하겠다”고 덧붙였다.
신트트라위던에서 뛰지 못해 답답해하던 시절, 이승우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갈밭에 빠진 스포츠카 사진을 올렸다. 아울러 "엄청난 가치를 지녔더라도 잘못된 자리에선 빛날 수 없다(Tu puedes valer mucho, Pero si estas en el lugar equivocado, No vas a brillar)”는 글을 곁들였다. 인터뷰 말미에 ‘이젠 제 자리를 찾았나’라고 물었다. 이승우는 살짝 웃는가 싶더니, 이내 매서운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 "팬들이 내게 원하는 모습이 곧 내가 팬들에게 보여주고픈 모습이다. 기대하셔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