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개봉한 영화 '경관의 피(이규만 감독)'를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게 된 권율은 6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내가 그 동안 날카롭고, 샤프하고, 예민해 보이는 악역들을 대부분 연기해 왔다. 많지는 않아도 그런 필모그래피들이 쌓였는데, 나영빈이라는 인물은 캐릭터 설정부터 조금 달라 끌렸다"고 운을 뗐다.
권율은 "박강윤(조진웅)이라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죄와 맞서 싸우려는 신념 가진 사람과, 최민재(최우식)라는 합법적인 선 안에서 수사를 하려는 사람이 충돌하는 것에 있어서 두 인물을 무조건 움직이게 만들어야 하지만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나와 나영빈의 시작점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무게감이 있고, 퉁퉁한 느낌이 범접할 수 없는 나영빈과 조금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다"며 "체중 증량을 결정한 후에는 내가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의 운동과 식사를 하면서 꾸준히 몸을 크게 만들었다. 식사는 한번에 먹으면 밖으로 배출돼서 하루 6끼, 7끼를 나눠 먹었고, 아침 저녁 운동을 하면서 대사량도 올렸다. 아예 알람을 맞춰두고 똑같은 양의 식사를 했다"고 회상했다.
"감독님께서 또 그냥 너무 근육이 쪼개진 몸은 원하지 않으셨다. 그렇다고 살찌는 것도 안됐다"고 귀띔한 권율은 "'각이 지지 않으면서도 단단한 몸을 만들어 달라'는 굉~장히 어려운 부탁을 하셨다"고 장난스레 토로한 후 "그런 몸을 만들기 위해 운동은 필수였고, 기름지거나 튀긴 음식은 피해야 했다. 그런 것들을 먹었으면 증량 자체는 쉬웠을 수도 있다. 근데 그러면 안됐다. 단시간 내 과도한 증량이나 감량은 건강 악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괜찮았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그렇다면 체중 증량 후 연기를 하는 느낌도 달라졌을까. "확실히 달랐다"고 단언한 권율은 "촬영 때 78~79kg 정도 나갔는데 실제로 몸이 무거워지고 커지다 보니까 연기를 하면서도 바닥에 딱 붙는 느낌이 있더라. 이게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왜 테너, 바리톤 분들이 본인 몸에 무게감을 싣고 노래하는 것처럼, 나도 연기가 무거워지고 거침없이 툭툭 밀고 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만 덩치가 커지가 보니까 사람들은 자꾸 나를 보면서 '살 빠진 것 아니냐'고 하더라. 보여지는 얼굴은 덩치 때문에 조그마해 보인다고. 덩치도 생긴데다가 외투까지 입고 있으면 얼굴은 상대적으로 작게 보였던 것 같다. 비례적인 효과랄까? '너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라고 하면 '뭔 소리예요. 7kg 쪘는데'라고 답하는게 일상이었다. 그런 소소한 에피소드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경관의 피'는 출처불명의 막대한 후원금을 받으며 독보적인 검거실적을 자랑하는 광수대 에이스 강윤(조진웅)과 그를 비밀리에 감시하는 임무를 맡게 된 원칙주의자 경찰 민재(최우식)의 위험한 수사를 그린 범죄 드라마다.
권율은 이번 영화에서 상위 1%만 상대하는 범죄자 나영빈으로 분해 12kg 체중 감량과 화려한 의상을 소화하는 등 파격적인 비주얼 변신을 꾀했다. 영화는 5일 개봉해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 흥행 청신호를 켰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ongang.co.kr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