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4회 그래미 시상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연기된 가운데 후보에 오른 방탄소년단이 수상의 영광을 안을지 관심이 쏠린다.
‘그래미’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는 지난 6일(한국시간) 수상자 결정을 위한 최종 라운드 투표를 종료했다. 투표는 지난해 부문별 후보자가 발표된 이후인 12월 6일부터 약 한 달 동안 이뤄졌다. 가수, 프로듀서, 녹음 엔지니어, 평론가 등 음악 산업에 종사하는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은 최대 10개 카테고리를 선택해 후보자를 확인하고 투표권을 행사했다.
방탄소년단이 ‘버터’(Butter)로 후보 지명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은 4대 본상으로 불리는 ‘제너럴 필즈’(General Fields)는 아니지만, 경쟁이 치열하다.
트로피를 두고 겨루는 후보를 보면 도자 캣, 토니 베넷-레이디 가가, 저스틴 비버-베니 블랑코, 콜드플레이까지 모두 내로라하는 세계적 팝스타들이다. 지난해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s)를 함께 불러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정상에 올랐던 콜드플레이와 이번에 경쟁을 벌인다.
방탄소년단의 달라진 위상, 팝 시장에서 거둔 성과 등을 생각하면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3월 열린 시상식에서 한국 대중가수로는 처음으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오르고도 수상 문턱은 넘지 못했다. 지난해 같은 부문 후보에 올랐던 ‘다이너마이트’(Dynamite)와 비교하면 ‘버터’가 거둔 성적은 더욱 두드러진다.
‘버터’는 빌보드 ‘핫 100’에서 통산 10주간 정상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빌보드 역사에서 10주 이상 1위를 차지한 곡은 ‘버터’를 비롯해 40곡 뿐이다.
그래미와 함께 미국의 3대 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에서 아시아 가수 최초로 대상의 영광을 안은 점 또한 유리한 요소다. 만약 올해 그래미 수상에 성공하면 K팝 역사에서 처음으로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을 모두 석권하는 새 기록을 쓰게 된다.
가요관계자들은 “지난해 BTS는 그래미 수상을 목표로 모든 활동을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본상 후보에 오르지 않았지만, 팝 부문에서 수상하는 것은 기정사실로 보인다”고 조심스런 예측이다. 보수적인 그래미가 처음 방탄소년단이 후보에 올랐을 때도 ‘1년 정도 묵혔다 상을 줄 것’이란 의견이 많다.
다른 시상식보다 음악성과 작품성에 더 집중하는 그래미의 성향이 변수로 작용할 수는 있다. 전 세계를 뒤흔들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더라도 주류 음악 시장이나 평단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하면 ‘무관’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았다. 한 표를 행사하는 각 회원의 투표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이유다.
방탄소년단 외에 국내 아티스트로는 이스케이프 드림(3SCAPE DRM)이 ‘인사이드 아웃’ 리믹스로 ‘베스트 리믹스드레코딩’(Best Remixed Recording) 부문 수상을 노린다.
그래미 시상식이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당초 오는 31일(한국시간 2월 1일) 로스앤젤레스(LA) 크립토닷컴 아레나(옛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시상식을 열 예정이었으나 연기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1월 31일에서 3월 14일로 연기된 바 있다.
방탄소년단은 이달 말 시상식 참석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계획이었지만, 전격 연기되면서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멤버들은 장기 휴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