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가 '킹메이커'에 참여한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 연기한 부담감을 털어놨다.
영화 '킹메이커(변성현 감독)' 개봉을 앞두고 있는 설경구는 18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팬데믹으로 영화 개봉이 늦어지면서 나는 지난해 기술시사회라는 이름으로 스태프들과 먼저 영화를 봤다. 그땐 전체는 못 보고 내 모습만 봐지더라. 아쉬운 부분만 계속 눈에 들어왔다. 나는 아직도 작품에서 내 모습이 막 편한 사람은 아니다. 모든 작품 늘 아쉬운 부분만 먼저 보여서. 이번에도 그렇더라"고 말했다.
"실존 인물에, 많이 알려진 인물이라 연기적인 부담감이 컸을 것 같다"고 하자 설경구는 "처음에는 배역 이름이 아예 돌아가신 DJ, 김대중이었다. 변성현 감독에게 계속 '이름을 바꾸자. 실명 쓰지 말고'라는 말을 했고 이름이 바뀌면서 부담감이 조금은 나아졌다. 근데 너무 많이 알려지고 존경 많이 받은 인물, 영화 보면 누군지 다 알게되는 인물이다 보니까 처음에는 이 역할을 안하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설경구는 "왜냐하면 배우로서 크게 뭘 해야 할 부분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인물 같지만 자기를 지키는 인물이어서 입체적으로 와 닿지 않았다. 변성현 감독에게도 다른 분을 추천하면서 '내가 서창대 하면 안되겠냐'고 했는데, 아무리 던져도 변 감독은 한번을 흔들리지 않더라. 꿈쩍도 안했다. 날 두고 '저 분은 무조건 김운범'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추진했던 것 같다. 그래서 김운범이 됐다. 내가 수락한 적은 없다"고 토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런 부담이 큰 상태에서 촬영을 진행했고 지금도 관객 분들이 '어떻게 볼까' 걱정이 남아있다. 그만큼 어려운 인물이었다"며 "'자산어보' 정약전도 실존 인물이지만 다른건 아주 많이 안 알려진 인물이라는 것이다. '섬에 가서 시나리오가 주어진대로 잘 표현하고, 이준익 감독님과 교감하면서 잘 만들어내면 그게 정약전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DJ가 모티브가 된 김운범은 근대사부터 현대사까지 아울렀던 분이어서 그 부담이 더 컸다"고 강조했다.
또 "모사할 수도 없고, 모사 한다고 한들 되지도 않는 분이다. 만약 모사를 한다고 했으면 내가 더 부끄러운 부분이 많이 있었을 것 같다"며 "나와 실존인물과의 중간 지점에서 타협한 것 같다. 완전 무시할 수도 없지만 따라하는 것도 아닌 지점에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킹메이커(변성현 감독)'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드라마다.
이번 작품에서 설경구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김운범 캐릭터를 맡아 수차례 낙선했음에도 세상을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결단력과 리더십이 빛나지만, 독선적이고 강압적이지는 않은 카리스마 등 대범한 정치인의 면모가 믿고보는 배우 설경구를 통해 완성됐다. 영화는 26일 설 연휴 개봉한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ongang.co.kr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