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53)과 박주영(37)이 다시 만났다.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함께 했던 스승과 제자가 K리그에서 같은 엠블럼을 달고 재회했다. 두 사람은 2012년의 드라마(올림픽 사상 첫 동메달)를 10년 만에 재현한다는 각오로 가득했다.
19일 경남 거제 삼성호텔에서 열린 박주영 입단 기자회견 내내 홍명보 감독은 흐뭇한 표정으로 제자를 바라봤다. 모인 취재진을 향해 “10년 전 투 샷과는 많이 다르지 않느냐”며 농담을 던지는 여유도 보여줬다.
10년 전 홍 감독은 런던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올림픽대표팀 간판 공격수로 점찍은 박주영이 모나코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 기피 논란을 불러일으킨 직후였다. 제자와 함께 취재진 앞에 나란히 앉은 홍 감독은 “(박)주영이는 군 입대를 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만약 주영이가 군대 안 간다고 하면 제가 대신 가겠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이 자리에 나왔다”고 언급해 현장을 술렁이게 했다.
박주영 병역기피 논란에 대해 정면돌파를 선언한 홍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박주영은 대회 내내 선수단 리더 역할을 충실히 소화했을 뿐만 아니라 한일전으로 치러진 동메달 결정전에서 득점포를 터뜨리며 해결사 역할도 해냈다. 동메달을 목에 건 박주영은 당당히 실력으로 병역 혜택을 받고 군 입대 논란에서 벗어났다.
10년 만에 다시 기자회견장에서 나란히 등장한 두 사람은 이제 역할을 바꿔 새 시즌에 도전한다. 지난해 간발의 차로 K리그 우승 문턱에서 멈춰 선 홍 감독을 박주영이 도울 차례다.
지난해 K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대한축구협회(FA)컵 등 3가지 대회 석권을 향해 순항하던 울산은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지역 라이벌 포항 스틸러스에 승부차기 끝에 패해 탈락한 이후 내리막 곡선을 그렸다. K리그에서 선두 자리를 라이벌 전북 현대에 내줬고, FA컵에서도 탈락했다.
홍 감독은 울산이 고비를 넘지 못한 원인을 구심점 부재에서 찾았다. 팀이 흔들릴 때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는 ‘형님 리더십’의 주인공을 찾았고, 때마침 FC서울과 계약을 끝낸 박주영에게 손을 내밀었다.
박주영은 “나를 품어준 울산과 (홍명보) 감독님을 위해, 선수들과 융화돼 원팀을 이루겠다”면서 “감독님께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팬들게) 꼭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홍 감독은 “(박)주영이는 아직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다. 부담 갖지 말고 차근차근 몸을 만들어가길 바란다”면서 “좋은 동료선수들이 있는 만큼 (주영이의) 득점을 도울 수 있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