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악동' 야시엘 푸이그(32·키움 히어로즈)의 KBO리그 연착륙은 가능할까. 그의 코리안 드림 여부를 좌우할 핵심 포인트는 '적응'이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최근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푸이그에 대해 "워낙 거물급 선수여서 기대치가 크지 않나. '악동'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많은 분이 걱정하고 있는데 선수의 배경이나 환경에 대해 자세하게 들었다"며 "메이저리그(MLB)에선 돌출 행동과 강한 승부욕으로 마찰이 있었지만 한국 시스템에 잘 적응한다면 걱정을 덜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푸이그의 첫 번째 성공 조건으로 적응을 꼽은 셈이다.
푸이그는 계약부터 화제였다. 그는 MLB 통산 홈런이 132개인 거포다. 2013년에는 타율 0.319 19홈런 42타점으로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7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고 2017년부터 3년 연속 홈런 23개를 넘기기도 했다. 최근 2년 멕시칸리그와 도미니카 윈터리그를 전전했지만, KBO리그에 입성한 외국인 선수 중 최고 경력이라는 평가다. 키움은 신규 외국인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인 100만 달러(12억원)로 푸이그를 품었다.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푸이그는 독불장군식 야구 스타일로 유명하다. MLB 경력이 단절된 것도 잦은 기행 때문이다. 과도한 세리머니로 상대를 자극하고 벤치 클리어링도 서슴지 않았다. 미국 현지 언론에선 그의 이름 앞에 '야생마(Wild Horse)'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했다. 푸이그의 KBO리그행이 확정됐을 때 "키움이 푸이그를 제어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가 붙었던 이유다. 야구계 안팎에선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일 수 있다"는 예상도 흘러나온다.
키움은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다음 달 3일 입국하는 푸이그는 혼자 들어오지 않는다. 그의 에이전트 리셋 카르넷이 함께 한국땅을 밟는다. 쿠바계 미국인인 카르넷은 MLB 공인 에이전트로 푸이그의 한국행을 이끈 관계자다. 당초 계획했던 어머니의 동반 입국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 문제로 무산됐지만 카르넷이 푸이그의 적응을 도울 예정이다.
구단 관계자는 "카르넷은 푸이그가 어머니처럼 생각하는 존재다. 꼼꼼하게 챙긴다"고 말했다. 키움은 카르넷을 통해 푸이그가 좀 더 안정감을 찾길 희망한다. 코로나19 상황이 괜찮아지면 어머니의 입국도 다시 추진할 예정이다.
키움은 지난해 팀 홈런이 리그 8위(91개)였다. 127개였던 전년 대비 30% 정도 감소해 장타력 보완이 필요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간판타자 박병호(KT 위즈)가 이적해 공백이 발생했다. 푸이그가 리그에 안착, 팀 타선을 책임져야 숨통이 트인다. 홍원기 감독은 "지난해 팀 홈런이 많이 줄었다. 푸이그가 많은 타점 올려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