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석의 발견이다. 25일 종영한 드라마 ‘그 해 우리는’에서 통통 튀는 열연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배우 안동구가 오랜만에 ‘유레카’를 외칠만큼 신인답지 않은 우월한 연기력으로 새로운 루키로 거듭났다.
안동구는 극 중 최웅(최우식 분)에게 언제나 든든한 힘이 돼주며 제 몫을 톡톡히 해내던 일 잘하는 매니저 구은호를 연기했다. 최웅의 친한 동생으로서는 귀엽고 철없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일에서는 딱 부러지는 성격을 엿보였고, 친한 누나 이솔이(박진주 분)와의 묘한 기류에는 타고난 듯한 다정다감함을 표현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섬세한 안동구의 열연은 캐릭터의 선한 성정을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느껴지게 하며 ‘호감캐’, ‘애정캐’로 거듭났다.
-드라마를 마친 소감은. “시청자로서도 더 보고 싶은 작품인데 벌써 끝나다니 아쉽다. 16부까지 순식간에 시간이 지난 것 같다. 끝이 난다는 건 아쉽지만 많은 분이 사랑한 작품이란 걸 느끼고 있어 마음이 따뜻하다.”
-캐릭터를 어떤 인물로 해석하고 준비했나. “은호는 감정에 매우 솔직한 친구다. 설렘, 기대, 흥분, 슬픔, 서운함까지 어떤 상태든 감정이건 숨기는 법이 없다. 거기에 중점을 두고 느껴지는 감정을 빠르게 표현해내려고 했다. 그리고 은호는 말이 참 많다(웃음). 생각을 깊게 하면 늘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서 현장에서도 빨리빨리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가끔 은호의 생각이 너무 빨라 따라가기 어려웠다.”
-구은호에게 최웅은 어떤 존재였나. “이상하리만치 은호의 전부였다. 20대 생활을 전부 웅이 형한테 걸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은호의 대사처럼 월급, 식비, 안식처 다 웅이에게서 나왔다. 그만큼 전부다. 그런 형이 나만 모르게 다시 연애하고 있으니 서운했을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은호는 형을 어쩌면 엔제이(노정의 분)보다 더 아이돌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은호가 든든한 매니저였는지는 웅이 형한테 물어봐야겠지만, 웅이 형은 은호에게 정말 든든했다.”
-구은호와 이솔이의 관계 발전을 응원하는 반응도 많았는데. “은호에게 ‘사랑’의 감정은 어려웠다. 은호가 아직 사랑을 모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 은호를 만나 전사를 만들어갈 때도 고민했던 게 연애 경험이었다. 결론은 거의 ‘무’였다. 그래서 솔이에게 느끼는 감정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자신도 모르게 질투하고 일을 도우면서 솔이에 대한 감정을 알아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과 드라마의 명장면을 꼽는다면. “웅이 형, 지웅(김성철 분) 형과 첫 장면, 공원에서의 장면이다. 은호의 첫 등장이었는데 형들과 편하게 촬영했다. 늦은 시간 피곤한 상태였는데 덕분에 계속 웃으면서 촬영했다. 애드리브도 즐거웠다. 맥주캔을 따자마자 거품이 치솟았는데 셋이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아이~!’하며 투덕거리는 리액션을 했다. 그날 이후 현장이 더 편해졌다. 개인적인 이유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드라마의 명장면은 고오 작가가 세상에 얼굴을 보인 날. 웅이 형이 그림을 다 그린 후 세상에 자신을 소개하는 순간에 현장에서 뭉클함을 느꼈다.”
-현장 에피소드가 있다면. “촬영 초반 분장 실장님과 얘기를 나누다 같은 고향, 같은 중학교 출신인 것을 알았다. 나도 모르게 ‘우와’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너무 커 주의를 받았다. 부끄러웠다. 내 고향이 워낙 작은 동네라 출신 사람을 서울에서 만나기가 힘든데 현장에서 만난 것 자체가 에피소드였다.”
-최웅이 떠난 후 구은호의 삶을 그려보면. “은호도 이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독립해서 은호의 꿈을 펼쳤으면 좋겠다. 어쩌면 엔제이의 매니저일 수도 있겠다. 무엇이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길 바란다.”
-안동구에게 ‘그 해 우리는’은 어떤 작품인가. “훗날에도 계속 생각할 것 같다. 그 해 우리는 참 행복했었다고. 나에게 있어서는 20대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게 해준 작품이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으로 20대의 마지막을 보냈기에 나의 20대로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