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 등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시대적 흐름을 읽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연구개발(R&D) 분야에서의 과감한 투자가 돋보인다.
세계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을 비롯해 IT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오히려 R&D 투자를 늘리며 세계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그중 최태원 SK그룹의 행보가 가장 주목받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친환경 사업에 대한 관심이 누구보다도 높다. 그룹 전반에 있어 탄소중립(넷제로)을 앞당길 것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SK는 지난해 출범한 한국판 수소위원회인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을 통해 수소 경제 실현을 주도하고 있다. 2025년까지 18조5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 생산기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여기에 미래의 산업으로 꼽히는 그린에너지 개발을 위한 움직임도 단연 돋보인다. SK는 지난 25일 그린 비즈니스 신기술 개발을 전담할 대규모 연구시설을 새로 만든다고 밝혔다. 10대 그룹 중 그린에너지 신기술 담당 R&D 인프라 조성은 SK가 유일하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20년부터 CEO세미나 등을 통해 “그린 사업 전략을 택한 관계사들이 결집해 전략을 실현할 방법을 함께 논의하고 찾아야 한다”고 강조해온 바 있다.
SK는 경기도 부천시와 손잡고 부천대장신도시 내 약 9만9000㎡(3만여 평)에 SK이노베이션 등 7개 관계사의 친환경 기술 연구개발 인력 등 3000여명이 근무할 ‘SK그린테크노캠퍼스(가칭)’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 시설은 입주할 부지 등이 확정되면 오는 2025년경 착공에 들어가 2027년 초 문을 열 예정이다.
SK는 이 시설 조성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이곳에는 SK이노베이션 외에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온, SK E&S, SKC, SK머티리얼즈 등 총 7개사의 친환경 기술개발 부문이 입주하게 된다.
이성준 SK그린연구소추진단장은 "각지에 분산된 그룹의 친환경 연구개발 역량을 모으는 그린테크노캠퍼스가 조성되면 넷 제로 달성을 위한 기술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는 그린테크노캠퍼스가 문을 열면 급증하는 그린 기술 개발 수요에 신속히 대응하고, 관계사들의 기술 인프라와 전문인력을 최적 배치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곳에서 중점 연구할 기술 분야는 크게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환경 솔루션으로 나뉜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 부문은 배터리(2차전지, 2차전지 소재, 차세대 전지)와 수소 관련 기술을 주로 다룬다. 환경 솔루션 부문은 배터리 재활용, 탄소 포집·활용·저장, 에너지솔루션 등을 포함한다. 기타 나노 소재 등 친환경 기반 기술, 저전력 반도체 소재 등 미래 유망 친환경 기술 연구도 이뤄질 전망이다.
포스코그룹도 올해 그룹의 미래 신성장 사업을 위한 R&D 컨트롤타워 미래기술연구원을 서울 포스코센터에 개원했다. 미래기술연구원은 기존 철강 중심의 포스코 기술연구원과는 달리 AI, 이차전지소재, 수소·저탄소에너지분야 3개 연구소 체제를 기반으로 그룹 핵심 사업의 종합 연구를 추진한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미래기술연구원 개원은 포스코그룹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