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위치한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끝난 시리아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8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FIFA 랭킹 33위 한국은 86위 시리아에 전력에서 우위를 점하며 손쉬운 승리를 가져갔다.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한 1위 이란에 이어 2위(6승 2무·승점 20)를 지킨 한국은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 직행 티켓을 따냈다. 지난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10회 연속이자 처음 출전한 1954년 스위스 대회를 포함, 통산 11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아시아권 최초다.
경기 전까지 대표팀에 악재가 겹쳤다. 두바이에 입국 후 진행된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수비수 홍철(대구FC)이 양성판정을 받고 자가격리되면서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으며 한시름 놓게 됐지만 당초 예정과 달리 훈련 일정이 축소됐다. 미드필더 정우영(알 사드)의 경고누적 결장도 대표팀에 큰 손실이었다.
자국 사정으로 홈경기를 중립 지역에서 치르게 된 시리아를 맞아 황의조(보르도)와 조규성(김천 상무)이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벤투 감독은 지난달 21일 몰도바와 평가전부터 A매치 3경기 연속 투톱을 내세웠다.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튼)이 부상으로 빠진 양쪽 날개에 이재성(마인츠)과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포진하는 4-4-2 포메이션 형태였다.
시리아는 경기 전까지 13실점으로 A조 실점 부문 최하위였다. 하지만 한국은 좀처럼 시리아의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몇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골 결정력 부족을 낳았다. 전반 13분 김진수(전북 현대)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왼발 슛을 날렸지만 옆 그물을 흔들었다. 전반 47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조규성이 헤딩 슛을 시도했지만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실점 위기는 여러 번 맞은 한국이었다. 전반 9분 프리킥 상황에서 오마르 카르빈의 헤딩 슛이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부심이 오프사이드 깃발을 올렸고 주심은 비디오판독(VAR) 확인 후 득점을 취소했다. 전반 24분에는 김진수의 백패스 실수로 알 마와스와 김승규(가시와 레이솔)의 일대일 상황이 나왔다. 실점까진 이어지지 않았지만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0-0으로 전반을 마친 한국은 후반에서 한 번 득점 물꼬를 틔자 골이 연이어 터졌다. 후반 7분 오른쪽 측면에서 김태환(울산 현대)이 올린 크로스를 김진수가 문전에서 헤딩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전 백패스 실수를 만회하는 천금 같은 골이었다. 양쪽 풀백이 합작한 득점이기도 했다.
이어 대표팀 소집하기 전 군팀인 김천 상무에 입대한 권창훈이 절정의 골 감각을 뽐냈다. 후반 25분 권창훈은 이재성과의 감각적인 패스 플레이 후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날카로운 왼발 슛을 날렸다. 시리아 골키퍼 아브라힘 알마가 막기 어렵게 바운드됐다가 골 라인을 넘어갔다. 최근 A매치 4경기에서 3득점을 기록하며 대표팀 해결사로 올라선 권창훈이다.
벤투 감독은 교체 카드를 여러 차례 꺼내며 선수들을 실험했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정우영을 빼고 권창훈을 투입했다. 후반 23분에는 조규성을 빼고 이동준(헤르타 베를린)을 넣었다. 이어 후반 44분에도 이재성과 황의조를 각각 김진규(부산 아이파크)와 김건희(수원)로 교체했다. 지난달 27일 레바논과 최종예선 7차전에서 벤투 감독은 90분 동안 교체 카드를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았다.
한편, 한국은 시리아전 이후 3월 24일 이란, 3월 29일 UAE와 최종예선 9·10차전을 앞두고 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되더라도 이 경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는 월드컵 조추첨에서 3포트를 받기 위해서는 FIFA 랭킹을 최대한 끌어 올려놓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본선 조 추첨은 4월 1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다. 카타르월드컵은 올해 11월 21일 개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