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맏형 곽윤기(33·고양시청)가 고민에 빠졌다. 초심을 다지기 위해 물들인 분홍색 머리 때문이다.
곽윤기는 4일 밤 9시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리는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쇼트트랙 김아랑(고양시청)과 함께 한국 선수단 기수로 나선다.
2010 밴쿠버, 2014 소치 올림픽에 출전한 곽윤기는 대표팀 맏형이다. 2010년 대회에서 붉은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그는 5000m 계주 은메달을 따낸 뒤 '아브라카다브라' 댄스 세리머니를 펼쳤다. 쇼트트랙 선수로서는 환갑에 가까운 나이지만 이번 선발전에서도 4위에 오르며 베이징행 티켓을 따냈다.
2일 공식 훈련을 마친 곽윤기는 "털모자를 써야할 지 고민"이라고 했다. 초심을 다지기 위해 핫핑크로 염색했으나 기수로 나설 경우 많은 이목이 쏠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곽윤기는 '요즘 체육계가 변했구나'라는 시선도 있겠지만, 나이도 있는 편이라 걱정된다. 체육회에선 알아서 결정하라"고 전했다.
세 번째 올림픽을 여유롭게 즐기는 그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이날 훈련 뒤에도 남자 선수들과 여자 선수들 사진 촬영을 주도했다. 한 시간 동안 열린 훈련 내내 조용했던 선수들 사이에서도 웃음소리가 터진 유일한 시간이었다. 곽윤기는 "(내가)올림픽을 한 번이라도 더 와봤으니 사소하지만 기념사진 등을 억지로 챙긴다. 훈련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다들 잘 한다"고 했다.
곽윤기는 "요즘 애들은 긴장 안 한다"며 "내가 처음 올림픽에 갔을 때는 숙소에서 각자 지냈다. 지금은 다들 모여서 수다를 떤다. 그런 걸 보면서 '요즘 많이 달라졌고 낫다'는 생각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팀의 리더 역할을 맡는 곽윤기는 5000m 계주에서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쉽진 않지만 세 번째 도전에선 꼭 이루고 싶은 목표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을 끝으로 계주 금메달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 중 하나는 홈 중국의 텃세다. 계주 경험이 많고, 밴쿠버 올림픽에서 마지막 주자로 두 명을 추월했던 곽윤기는 "내가 후배들보다 좀 더 무거운 짐을 지고 싶다"고도 했다.
곽윤기는 "지난해 10월 1차 월드컵 때도 경험했다. '바람만 스쳐도 실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눌 정도로 예민하다"며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는 완벽한 스케이팅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