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위치한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끝난 시리아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8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후반 7분 김진수(전북 현대)가 선제골을 터뜨렸고, 후반 25분 권창훈(김천 상무)이 쐐기골을 넣었다. A조 1위 이란(7승 1무·승점 22)에 이어 2위 한국(6승 2무·승점 20)은 남은 2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조기에 본선행을 확정했다.
한국은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부터 10회 연속이자 1954년 스위스 대회를 포함, 통산 11번째 월드컵 본선 무대로 향한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브라질(22회), 독일(18회), 이탈리아(14회), 아르헨티나(13회), 스페인(12회)에 이어 세계에서 여섯 번째에 해당한다. 축구 종주국 영국도 못 해낸 기록이다. 아시아 최초다.
한국은 꾸준히 월드컵 본선 무대에 진출했지만, 최종예선에서 험난한 과정을 겪었다. 대표적으로 1996년 미국 월드컵 최종예선이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최종예선에서 조 3위였던 한국이 마지막 경기에서 북한을 이기고, 이라크가 일본과 최소한 비겨야 한국은 본선에 나갈 수 있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한국이 북한을 3-0으로 꺾었고, 이라크가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을 넣어 2-2로 비겼다. 한국은 일본에 골 득실로 앞서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미국 월드컵 최종예선은 ‘도하의 기적’이라 불릴 정도로 운이 따른 최종예선이었다.
최근 대회에서도 한국은 험난한 길을 걸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만만치 않았다. 3차 예선 중 펼쳐진 레바논 원정에서 1-2로 덜미를 잡혀 탈락 위기에 빠졌고, 조광래 감독이 경질됐다. 이어 선임된 최강희 감독이 최종예선에서 4승 2무 2패를 기록, 조 2위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도 탈락 위기가 있었다. 오랜 기간 대표팀을 이끌었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최종예선 들어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중국에 0-1로 패했다. ‘도하 참사’로 불린 카타르 원정에서도 2-3으로 패하자 슈틸리케 감독도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급히 신태용 감독이 부임해 남은 2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9회 연속 본선행을 이끌었다.
그 동안 한국은 ‘경우의 수’까지 꺼내며 간신히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카타르로 가는 길도 초반에는 힘겨웠다. 월드컵 예선은 아니었지만 2차 예선 기간 치러진 지난해 3월 일본 원정 평가전에서 0-3으로 패했다. 이어 최종예선 1차전에서 이라크와 0-0으로 비겼고, 레바논전에서도 1-0으로 신승하자 '벤투 경질론'이 불거졌다.
벤투 감독은 이후부터 순항을 거듭했다. 레바논과 시리아를 연파했을 때만 해도 우려의 시선은 있었지만, 10월 악명 높은 이란 원정에서 손흥민이 득점포를 가동하며 1-1로 비기자 벤투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이후 한국은 11월 최종예선, 새해 평가전과 최종예선에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이며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