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실황을 시청한 국내 스포츠팬이라면 장내(베이징 국립경기장) 풍경에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텅 빈 관중석 앞에서 진행된 지난해 도쿄 하계올림픽 개막식과는 달리 많은 관중이 들어찼기 때문이다.
개막식에는 2만여 명이 입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하계올림픽 개막식 입장 인원(약 10만명)의 20% 수준이다. 대부분 초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하다. 개막식 현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 세상과 다름없었다.
중국 정부는 올림픽 출전 선수 및 관계자, 취재진의 동선을 특정 지역으로 제한하고 외부 이동을 막는 '폐쇄 루프(Closed Loop)'를 가동하고 있다. 외국인과 자국민의 접촉을 막으려는 의도였다.
개막식은 폐쇄 루프 안에 있는 올림픽 관계자들과 일반 중국인인 관객이 한 공간에 모일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행사 내용보다는 올림픽 조직위원회(조직위)가 어떻게 그 많은 인원이 이동하고, 운집하는 상황을 통제할지 궁금했다.
동선 분리는 비교적 잘 이뤄졌다. 취재진은 메인 프레스 센터(MPC)에서 국립경기장까지 셔틀버스로만 진입할 수 있었다. 창밖에는 초청된 관중(일반인)으로 보이는 인파가 줄지어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대부분 조직위가 마련한 버스를 타고 국립경기장에서 꽤 떨어진 공원에 내린 후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장으로 가는 길 곳곳에 '미디어(Media)'라는 푯말을 든 자원봉사자가 있었다. 취재진이 정해진 노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일반인 출입구를 찾기 위해 측면(정문 기준) 끝으로 가봤는데, 이내 철제 벽이 막고 있었다. 경기장 안에서도 취재 구역과 일반인 좌석 블록 사이 빈 곳을 뒀다. 좌석 수로는 20~30석. 중간에는 파란색 천이 처져 있었고, 그 사이에 공안들이 종렬로 앉아 있었다.
이때까지는 동선이 겹칠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빈틈은 있었다. 5층으로 올라가 경기장으로 진입하는 게이트를 통과하자, 바로 옆에 일반인들이 빼곡히 앉아 있는 블록이 있었다. 기자와의 거리는 불과 4~5m. 따로 통제하는 인원도 없었다. 작정하고 넘어간다면 그 무리에 섞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애써 방역이 뚫린 부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켠 것도 아니다. 셀피를 위해 전망이 좋은 위치를 찾았을 뿐이다.
개회식 전에는 폐쇄 루프 지역에 일반인이 진입했던 사실도 알려졌다. 국립경기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잠시 대기한 장소가 MPC 인근이었다. 건물 내부로 들어온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개막식이 진행될 때는 각국 매체 촬영기자가 있는 장소와 일반인 좌석 블록 사이가 매우 가까웠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4일)을 사흘 앞둔 지난 1일, 경기장 수용 좌석의 30~50% 수준의 관중을 받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개막 후 인기 종목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이 열리는 베이징 캐피탈 인도어 스타디움에는 연일 중국인 2~300여 명이 찾고 있다.
장내 규모와 상관없이 한 공간에 있는 두 무리를 완벽하게 분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개막식처럼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중국인의 안전이 아닌 선수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인 관중들은 실내 경기장에서 금지되고 있는 육성 응원을 멈출 줄 모른다. 서로 껴안으며 기쁨을 나누기도 한다.
중국은 폐쇄 루프를 가동해 올림픽 관계자의 외부 이동은 철저하게 통제했다. 하지만 내부 방역은 상대적으로 미흡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