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 적응 훈련에 나선 윤성빈. [사진 게티이미지] ‘아이언맨’ 윤성빈(28·강원도청)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금빛 슬라이딩'에 도전한다.
윤성빈은 10일 중국 베이징 옌칭의 국립 슬라이딩 센터에서 남자 스켈레톤 예선에 나선다. 스켈레톤 남자부는 10일 예선 경기를 치른 후 11일 메달을 가린다. 4년 전 평창에서 한국 썰매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윤성빈을 비롯해 기대주 정승기(23·가톨릭관동대)가 트랙을 슬라이딩한다.
2014년 소치에서 올림픽 무대에 데뷔한 윤성빈은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한국 썰매의 새 역사를 썼다. 스켈레톤에 최적화된 몸무게를 얻기 위해 하루 8끼의 식사를 하는 등 노력 끝에 아시아 국적 최초의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혜성같이 등장한 윤성빈은 영화 캐릭터 아이언맨 헬멧을 착용한 채 썰매를 타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에도 윤성빈의 기세는 꺾일 줄 몰랐다. 그는 평창 대회를 마친 후 국제 봅슬레이 스켈레톤 연맹(IBSF) 월드컵에서 2018~19시즌 종합 2위, 2019~20시즌 종합 3위에 올랐다. 2018~19시즌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동메달을 차지하는 등 세계 정상급 기량을 보여줬다. 평창 올림픽 금메달을 개최지 이점만으로 딴 게 아니라는 사실을 실력으로 입증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 대회에서 윤성빈은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치러진 2021~22시즌 월드컵에서 특히 부진했다. 마지막 8차 대회까지 한 번도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8차 대회 중 10위권 밖으로 다섯 차례나 위치했다. 가장 낮은 순위는 3차 대회에서 기록한 26위다. 최고 순위는 1차와 7차 대회에서 기록한 6위다.
문제는 스타트다. 윤성빈이 최정상급 스켈레톤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폭발적인 스타트였다. 평창 대회 결선 네 차례 레이스에서 평균 4.62초의 스타트 기록을 기반으로 금메달을 땄다. 참가 선수 가운데 가장 빠른 기록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윤성빈은 월드컵에서 6차 대회까지 한 번도 스타트에서 3위 안에 들지 못했다.
스켈레톤 등 썰매 종목은 ‘홈 트랙’ 이점이 크게 작용하는 편이다. 경기가 열리는 옌칭 트랙에서 중국 선수들은 벌써 1000번 이상 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부터 스켈레톤 참가 선수들은 트랙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공식 훈련을 진행했다. 트랙 상태 등의 환경이 실전 경기와 동일하게 설정된 상태에서 주행했다. 선수들은 사흘 동안 총 여섯 차례에 걸쳐 옌칭 트랙을 슬라이딩했다. 익숙하지 않은 트랙인 만큼 곡선 코스의 각도 등에 얼마나 적응하느냐에 따라 성적이 결정될 전망이다.
윤성빈도 트랙 적응에 나섰다. 그는 총 여섯 차례 레이스에서 최고 성적 1분 1초 47을 기록했다. 결승선 통과 시점 최고 속도는 평창 대회 때 기록했던 시속 129.3㎞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시속 127.1㎞를 기록하며 트랙을 익혔다. 훈련할 때마다 최고 속도가 올라갔다. 윤성빈이 최근 부진을 잊고 베이징 시상대에 설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