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상관(首尾相關) 혹은 평행이론. 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33·고양시청)이 마지막 올림픽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12년 전 첫 올림픽과도 너무나 비슷했다.
곽윤기는 2007년 신목고 재학 시절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리고 3년 뒤 열린 2010 밴쿠버 올림픽에 출전한다. 당시 대표팀에서는 막내였고, 선발전 순위에 따라 계주에만 나서기로 했다. 이미 2관왕에 오른 선배 이정수가 500m 출전을 양보하면서 개인전에 나서게 됐지만 아쉽게도 4위로 메달은 획득하지 못했다. 그러나 5000m 계주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 멋진 추월을 선보이며 은메달을 따냈다.
당시 붉은색 머리를 했던 곽윤기는 메달 수여식에서 가장 먼저 시상대에 올랐다. 그리고 당시 유행했던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노래 아브라카다브라 안무인 '시건방춤'을 췄다. 그 때 생긴 별명은 '깝윤기'였다.
12년 뒤 곽윤기는 열 번째 태극마크를 달고, 2022 베이징 올림픽 출전권을 얻었다. 이번에도 단체전에만 나서게 됐다. 다만 막내가 아닌 대표팀 맏형이었다. 머리색은 핫핑크였다. 그는 "(붉은 머리를 했던)초심을 생각하면서 그랬다"고 설명했다. 처음으로 간 개회식에선 대한민국 선수단 기수를 맡았다.
곽윤기는 후배들을 독려하면서 차분히 가장 마지막 날 열리는 계주 결승을 위해 준비했다. 그는 준결승에서 폭풍같은 질주를 펼쳤고,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그리고 결승에서 다시 마지막 주자로 나서 은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마지막 찬스를 살리지 못해 자책했지만, 후배들은 그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12년 만에 다시 곽윤기는 시상대를 밟았다. 이번에도 먼저 올라간 그는 보이그룹 BTS의 노래 '다이너마이트' 춤을 췄다. 올림픽 초반 편파 판정으로 힘들어하던 상황에서 대표팀에 응원을 보내준 BTS 멤버 RM에게 보답하는 의미였다. RM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고마움을 표현했다. 닮은 듯 다른 곽윤기의 12년은 그렇게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