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를 활짝 연 임채빈(수성)이 올 시즌 첫 빅 매치인 제26회 스포츠서울배 대상경륜도 우승하며 벨로드롬 절대 지존으로서의 위용을 다시 한번 뽐냈다.
임채빈은 지난달 27일 일요 특선 결승 15경주에서 전매특허인 한 바퀴 선행 전법을 구사하며 막판까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버티기로 대망의 시즌 첫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2위 그룹과의 현격한 거리차가 말해주듯 흔한 접전이나 단 한 번의 위기 없이 깔끔하게 1위를 차지했다. 또 임채빈의 뒤를 이어 같은 수성팀 선배인 류재열도 동반입성했다.
임채빈은 최근 진천 선수촌을 오가며 아마 국가대표와 프로 무대를 병행 중이다. 카본과 크로몰리 자전거를 번갈아 적응해야 하는 탓에 경쟁자들에 비해 출전 주기가 불규칙한 일종의 핸디캡을 안고 있었다. 이에 첫날 금요 예선에서는 평소 보기 드문 마크 추입으로 승부를 선택하자 일부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워밍업, 실전 적응력 점검에 불과했다. 다음날인 토요 준결승부터는 특유의 선행 강공 승부를 선택해 본색을 드러냈다. 단 하루만이지만 전혀 다른 내용을 보임으로서 ‘역시 임채빈’이란 찬사를 얻어내기 충분했다.
바야흐로 ‘벨로드롬은 임채빈의 시대’다. 그는 데뷔 직전 15년 만에 경륜 훈련원을 조기 졸업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경륜을 대표하는 슈퍼 특선 5인방을 차례대로 격파하는 이른바 ‘도장깨기’란 신드롬을 벨로드롬에서 일으켰다.
여기에 경륜 황제 정종진과의 두 차례 대결에서도 완승한 것은 백미였고, 대망의 그랑프리마저 접수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 누구를 상대해도 도무지 질 것 같지 않아서 히어로의 끝판왕인 타노스란 칭호도 붙었다.
프로에 입문해서도 아직 아마 국가대표팀의 적극적인 구애가 이어질 만큼 임채빈은 한국을 대표하는 불세출의 사이클 스타다. 단거리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 대회(2017 국제사이클연맹 UCI 트랙월드컵 경륜 동메달)에서 입상했다. 스프린트 종목의 200m와 1km 독주 신기록은 아직도 임채빈의 차지다.
전문가들은 임채빈이 앞으로 경륜의 각종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경륜의 새 역사를 창조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34연승을 기록 중인데 아직 뚜렷한 적수가 없는 상황인 만큼 박용범의 36연승을 시작으로 조호성의 47연승과 정종진의 50연승도 갈아치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이명현의 7연속 대상 경주 우승도 앞으로 3승만 추가하면 타이를 이루게 된다. 정종진의 그랑프리 4연패 대기록도 임채빈에게 ‘넘사벽’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설경석 전문가는 “타고난 건각에 남다른 노력과 열정이 더해져 임채빈이란 히어로가 탄생한 것이다. 적지 않은 기간 임채빈의 독주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무수히 남은 경륜에서의 각종 기록 경신과 팬들의 관심은 경륜의 또 다른 볼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