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23·KT 위즈)가 올 시즌 넓어지는 스트라이크존과 정면으로 부딪친다. 새 존이 타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오히려 자신의 기량을 더 끌어올릴 기회로 여겼다.
지난해 강백호는 투수와 싸우는 요령이 한층 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볼넷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2021년 정규시즌에서 볼넷 103개를 골라내며 2018년 데뷔 이래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출루 기계'로 통했던 추신수(SSG 랜더스)와 함께 볼넷 부문 공동 3위에 올랐다.
강백호는 폴로 스루(follow through)에서 배트를 제동하지 못해 제자리 회전을 할 만큼 큰 스윙을 한다. 그 탓에 "욕심이 많다" "선구안이 안 좋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강백호는 원래 설정한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에 좀처럼 배트를 내지 않는 편이다. 타격 페이스가 안 좋을 때도 "변화구를 공략하지 못한 건 실력이 부족한 탓이지만, 내 (스트라이크)존이 흔들리진 않았다"고 했다.
지난해 그는 투수의 공을 더 많이 보기 위해 노력했다. 볼넷을 많이 얻어내면서도 자신의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을 놓치지 않는 타격을 보여줬다. 그 덕분에 타격 5개(타율·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 부문 5걸 안에 이름을 올리며 리그 정상급 타자로 올라섰다.
완성형 타자로 성장하는 강백호에게 큰 숙제가 생겼다. 2022시즌부터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진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야구규칙에 명시된 스트라이크 존 정의(타자 유니폼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으로 하고,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플레이트 상공)를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장에선 좌·우 폭보다는 높낮이에 변화가 생길 거라고 본다. 투수 입장에서는 스트라이크존 상단을 공략하는 '하이 패스트볼'의 효과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타자들에게는 반대로 '높은 공' 경계령이 떨어졌다.
심판진은 1월부터 새로운 존을 익히는 훈련에 돌입했다. 지난달부터 각 구단 스프링캠프 투구 훈련에 참가해 달라진 판정을 적용했다. 몇 차례 타석에 나서 새 존을 점검한 강백호도 "달라진 건 분명하다. 실전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이어 "나는 높은 공 공략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 코스에 들어온 공까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것 같아서 마음에 걸리기는 한다"는 속내를 전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강백호가 자신의 타격 지향점을 바꿀 생각은 없다. 강백호는 "볼에 배트를 내면 원래 안타가 될 확률이 낮다. 난 확실히 그렇다"라고 설명하며 "타자의 타격은 '상대 투수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인플레이 타구로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스트라이크존 넓이보다는 실투를 놓치지 않는 기본이 더 중요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 존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혼선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강백호는 "심판위원님들도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이상 규정하던 존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선배들과 '우리보다 심판이 더 힘들 것 같다'는 얘기를 나눴다. 선수와 심판 모두 서로 노력해야 한다.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이 나와도 '칠만 하니까 (스트라이크로) 잡아주겠지'라고 생각하겠다. 넓어진 존에 신경 쓰게 되면 분명히 스트레스가 쌓일 것이다.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고 다짐했다.
강백호는 데뷔 2년 차였던 2019시즌 중반, 어퍼컷 스윙에서 레벨 스윙으로 변화를 줬다. 지난 시즌에는 투수 유형에 따라 스탠스와 스트라이드를 바꿨다. 새 존에 적응하기 위해 기술 변화가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않을 선수다. 이미 멘털도 다잡았다.
강백호는 "(새 존은) 모든 타자에게 같은 조건이다. 누군가는 잘 적응해서 자리를 지킬 것이다. 나도 이 상황을 이겨내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더 적극적인 타격을 하게 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수 있다. 넓은 존에 적응하다 보면 국제대회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기도 했다.
강백호는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 승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 국민에게 실망(4위)을 드렸는데, 만약 아시안게임에 나가게 된다면 '이 선수 많이 성장했구나' 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