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환은 지난해 명실상부한 한화의 4번 타자였다. 타율 0.271 18홈런 84타점을 기록하며 거의 전 부문에서 개인 커리어하이를 달성했다. 무엇보다 아마추어 때부터 좋게 평가받지 못했던 선구안이 향상됐다. 볼넷만 73개를 얻어내며 출루율 0.387를 기록했다.
노시환은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 훈련 후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이전(2020년)까지는 타석에서 공보고 공 치느라 바빴다. 나만의 타격 포인트, 스트라이크존이 없었다. 맹목적으로 스트라이크만 치자고 생각했다”며 “스트라이크존으로 오다가 흘러나가는 볼에 스윙했고, 삼진이 많았다. 그래서 생각이 많아지고 타석에서 조급했다”고 과거를 되돌아봤다.
그러나 지난해 드디어 노시환만의 존이 잡혔다. 그는 “다들 상대해본 투수들이기 때문에 투수마다 어떤 구종을 던지는지 파악했다. 투구 궤적을 알 수 있어 내 스트라이크존이 잡혔다. 그러니 빠지는 공도 자연스럽게 스윙을 참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시환은 “과거에는 나도 내가 공을 못 보는 선수라고 생각했다”며 “거포, 홈런 타자를 지향하면서 콘택트나 타율을 개선하지 않고 뒷순위로 뒀다”고 돌아봤다. 그는 “그런데 조니 워싱턴, 김남형 타격 코치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타석에서 지향점이 달라졌다”며 “나만의 존을 설정하고 계획을 세우며 타석에서 싸우는 법을 배웠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콘택트와 선구안이 모두 좋아졌다”고 전했다.
노시환은 “올해도 기술적으로 변화를 주는 게 아니라 작년과 같은 루틴과 나만의 존으로 타석에 서겠다”며 “다만 지난해 한 타석 한 타석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아쉬운 타석을 더 줄이면서 경험을 쌓는다면 좋은 성적이 나오리라 믿는다”고도 말했다.
자신만의 존이 잡힌 노시환에게 올 시즌 큰 변수가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스트라이크존 확장이다. 노시환은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투수들이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만 던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바뀐 존을 의식한다고) 더 잘 칠 수 있는 건 아니다. 단번에 대비할 수도 없다”라며 “그냥 작년과 똑같이 생각하겠다. 만약 투수가 정말로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공을 던졌다면, 그건 투수가 잘 던진 공이니 인정하고 난 예전처럼 실투를 잘 노려서 치겠다”고 전했다.
프로 4년 차, 만 21세인 노시환은 프로 3년 차 이하 또는 만 24세 이하로 구성할 것이라고 알려진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 승선이 유력하다. 노시환은 “국가대표는 내가 하기 나름인 것 같다. 시즌이 개막하자마자 100%를 보여줘야 국가대표 출전이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국가대표로서 경쟁력을 묻자 그는 “중요한 경기, 찬스에 강한 타자라 생각한다. 뽑아주신다면 (기회 때) 잘하지 않을까”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