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2 V리그 남자부 홈 경기에서 한국전력에 세트스코어 3-2(26-28, 25-20, 23-25, 25-22, 15-13)로 역전승했다. 선두 대한항공은 4연승을 달리며 정규시즌 1위 달성까지 한 걸음 더 다가섰다. 5라운드를 마친 가운데 대한항공은 승점 58(19승11패)로 2위 KB손해보험(승점 53, 16승14패)에 앞서 있다.
대한항공은 이날 V리그 출범 후 역대 최다인 팀 범실 47개를 기록했다. 종전 최다 기록인 OK저축은행의 기록(43개)를 훌쩍 넘겼다. 상대 팀 한국전력(25개)보다 22개나 더 많은 범실을 기록하며 스스로 무너지는 듯했다. 정지석이 19점을 올리는 동안 범실 15개를 쏟아냈고, 세터 한선수도 7개의 범실을 기록했다.
해결사로 등장한 건 임동혁이었다. 1~2세트 교체 선수로만 나선 그는 3세트 이후 선발로 출장하면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27점을 기록했다. 공격성공률이 60.97%로 높았던 반면 범실은 5개로 적었다. 후위 공격(백어택)으로만 10점을 보탰다.
초반 경기가 풀리지 않자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링컨 윌리엄스(15점)를 대신해 임동혁에게 오른쪽 날개를 맡겼다. 2세트 18-17에서 투입된 임동혁은 23-20에서 연속 득점으로 세트 스코어 1-1 균형을 맞췄다. 3세트 10점을 올린 임동혁은 4세트 11점을 뽑아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 갔다. 임동혁은 5세트 초반에도 득점포를 가동하며 대한항공으로 분위기를 끌고 왔다.
임동혁은 2017~18시즌 대한항공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입단했다. 1999년 3월 9일 출생한 그는 한국 배구를 이끌 차세대 공격수로 손꼽힌다. 임동혁은 2020년 KOVO컵에서 준우승팀에서 가장 잘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MIP를 차지했다.
입단 3년 차까지 교체 선수로 나서던 임동혁은 지난 시즌 506점, 성공률 51.23%를 기록하며 주축 선수로 성장했다. 이번 시즌에도 득점 10위(367점) 성공률 6위(53.16%)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선수만 놓고 보면 득점 4위, 성공률 3위에 해당한다. 사실상 외국인 선수가 독차지하고 있는 라이트 포지션에서 토종 공격수의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다. 특히 9일에는 프로 입단 후 처음 생일에 경기를 치렀고, 승리를 이끌었다.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 임동혁은 경기 후 TV 인터뷰 도중 눈물을 글썽이며 "어머니가 운동할 때 많이 고생하셨다. 지금도 많이 응원해주셔 감사하다"라고 인사했다.
한국전력은 승점 1을 보태 4위 OK저축은행(승점 41)과 동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승리가 적어 5위에 머물렀다. 한국전력은 3위 우리카드(승점 46)와 격차를 좁히는 데 만족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