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식스’ 이정은(26)이 다시 우승하는 골퍼가 되기 위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19년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 이후 우승 없던 아쉬움을 털어낼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정은은 지난 13일 태국 촌부리 시암 컨트리클럽 파타야 올드 코스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공동 8위(20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그는 지난달 초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에서 공동 8위, 이달 초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공동 4위에 이어 최근 LPGA 투어 3개 대회 연속 톱10에 올랐다. 특히 11개 라운드 연속 언더파 기록을 세울 만큼 꾸준하다. 혼다 타일랜드 최종 라운드에서만 8타를 줄인 그는 경기가 끝나고 “마지막날 목표가 보기 없는 경기였는데, 그대로 치러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대회 내내 흐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최종 라운드에서만) 충분히 10타를 줄일 수 있는 경기력이었다”고 했다. 그만큼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그의 자신감은 기록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혼다 타일랜드 1라운드와 3라운드에서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 291야드를 기록했다. LPGA 투어의 웬만한 초장타자 못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는 올 시즌 4개 대회를 치르면서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가 266.97야드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261.65야드)보다 5야드(약 4.5m) 더 늘어난 수치다. 올 시즌 그린 적중시 퍼트수 1위(1.65개), 한 라운드 평균 퍼트수 4위(28개) 등 쇼트게임에서 장점을 발휘하고 있는 그는 샷에 대한 자신감까지 붙어 경기력이 한층 더 안정적으로 올라섰다.
이정은은 한동안 국내에서 가장 뜨거운 골퍼 중 한 명이었다. 지난 2017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사상 최초로 대상, 상금왕 등 한 시즌 6관왕을 달성했다. KLPGA 투어에 입회한 ‘이정은’ 중에서 6번째로 등록됐단 의미로 붙여진 등록명 ‘이정은6’에 빗대서 붙인 별명 ‘핫 식스’는 이때 더 부각됐다.미국 무대에 진출하면서도 ‘이정은6’이라는 등록명을 그대로 사용한 그는 2019년 US여자오픈 우승과 LPGA 투어 신인상으로 탄탄대로를 달리는 듯 했다. 그러나 2020년과 지난해 연이어 우승 없는 시즌을 보냈다. 지난 시즌 LPGA 투어 24개 대회에서 8차례 톱10에 들었지만, 우승 문턱을 넘진 못했다. 한 번 선두에 오르면 누구도 넘어서기 힘들었던 그의 탄탄한 플레이도 한동안 힘을 내지 못했다.
이정은은 평소 겨울 훈련 때 전남 해남에서 남들보다 강하게 체력 훈련을 소화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골퍼였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진행한 훈련에선 달랐다. 국내에선 휴식을 하는데 최대한 집중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곧장 미국으로 건너가 웨이트 트레이닝과 샷 훈련을 병행해 새 시즌을 준비했다. 1~2월에 미국에서 열린 LPGA 투어 2개 대회에 출전하면서 실전 감각을 다지고, 자신에게 맞게 스윙을 3주 동안 다시 가다듬었다. 그 결과, 이달 싱가포르와 태국에서 열린 LPGA 투어 2개 대회에서 스스로 만족할 만 한 경기력을 펼쳐보였다.
LPGA 투어에선 아직 통산 1승뿐인 이정은은 다시 우승하는 골퍼를 꿈꾼다. 올 시즌 2승을 목표로 잡은 그는 이달 말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열릴 JTBC 클래식, 메이저 대회 셰브런 챔피언십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좋았던 경기력을 최대한 끌어가기 위해 캘리포니아 대회를 앞두고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하겠다. 부족했던 면을 보완하면 충분히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