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윤석 대표가 이끄는 티몬이 이커머스 업계 트렌드를 리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취임 뒤 '이머커스3.0'을 비전으로 제시하는 데 이어 티몬만의 콘텐트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상자산(가상화폐)이나 대체불가능토큰(NFT) 발행 계획을 알리며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을 선언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장 대표의 혁신 뒤에는 티몬 대주주의 믿음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목표였던 기업인수합병(M&A)나 기업공개(IPO)와 별개로 장 대표의 비전이 성공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티몬의 파격과 혁신
장윤석 대표는 최근 국내 이커머스 기업 중 최초로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을 위한 NFT 사업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크리에이터들이 티몬에 입점해 브랜드를 운영하면 티몬이 토큰을 발행해 이 토큰을 DAO(탈중앙화된 자율조직 공동체)가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티몬의 커머스 인프라를 블록체인에 올려 상호 연결하는 셈이다.
티몬은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을 위한 사업 계획서인 '블록체인백서'를 상반기 중에 발표한다. 빠르면 올해 안에 상용화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비단 블록체인만이 아니다. 티몬은 장윤석 대표가 선임된 지난해 6월 이후 조직문화부터 사업모델까지 모든 부분에서 체질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상생·지속가능성에 중심을 둔 비전인 이커머스 3.0을 비전으로 내세우면서 '타임커머스'라는 타이틀을 스스로 떼어냈다.
라이브방송과 결합한 예능 웹 콘텐트로 고객을 끌어모으고, 아프리카TV와 협업한 신개념 오리지널 콘텐트인 '게임부록'도 공개했다.
성과가 나고 있다. 티몬은 지난 1월 순 이용자 수 증가율이 4.4%로, 국내 이커머스 5개 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월평균 이용일수는 8일로 대부분 주 2회가량 티몬을 방문한 것으로 조사돼 2위를 기록했다. 장윤석 대표 취임과 함께 콘텐트 커머스를 본격화한 결과라는 것이 티몬 측의 자평이다.
티몬 관계자는 "기존 유통은 대규모 자본으로 생필품과 신선식품 위주로 진행 중이다. 차별화는 우리의 경쟁력"이라면서 "블록체인 생태계 역시 같은 맥락이다. 티몬에 각 브랜드 홈을 마련하고, 고객이 참여하면 혜택의 개념으로 블록체인이 활용된다. 이 코인이나 NFT는 티몬 외부거래소를 통해 현금화가 가능하도록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주주 지지받는 이유는 티몬과 아프리카TV가 함께 제작한 콘텐트 커머스 '게임부록' 이미지 장윤석 대표는 콘텐트 기반 SNS 앱 '피키캐스트'의 창업자다. 피키캐스트는 '우주의 꿀잼' '세상을 즐겁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국내 누적 다운로드 수 2000만 건을 돌파했다. 티몬은 지난해 6월 피키캐스트 운영사 아트리즈를 지분을 사들이고 창업자인 장윤석 대표를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업계는 티몬의 대주주들이 장 대표의 비전에 힘을 싣고 있다고 분석한다. 네이버와 쿠팡, G마켓과 옥션 등이 최저가와 당일 배송 등의 물량 공세를 퍼붓는 가운데 티몬이 살길은 한발 앞선 변화 말고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티몬의 공격적 투자와 도전, MOU를 용인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대주주 측은 지난 2015년 3800억원을 투자해 기업 가치 8600억 원짜리 티몬의 지분 59%를 인수했다.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득을 챙기기 위해서는 1조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독보적인 콘텐트와 블록체인이라는 확실한 티몬의 색깔과 장점이 필수적이다.
사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추구다. 아무리 좋은 방향성과 기술력을 갖췄더라도 실적이 나지 않으면 허사다. 일부에서 장윤석 대표의 비전과 혁신에 찬성표를 던지면서도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그러나 장윤석 대표가 무작정 꿈만 꾸는 이상주의자가 아니라는 것이 대외적인 평가다. 이커머스3.0을 달성하기 위해 때로는 적절한 쇼맨십을 구사하고, 기업 운영에 필수적인 실적도 내려놓지 않았다는 사실을 꾸준히 알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장윤석 대표는 지난해 10월 라이브 간담회에서 IPO와 M&A가 사업의 영속성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또 '상생'이라는 단어가 실적 없이 '남 좋은 일하는 봉사나 자선사업'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도 못 박았다. 기업 대표로서 이상적인 비전과 현실 사이에 감각을 잃지 않았다는 걸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윤석 대표는 지금까지 이커머스 플랫폼이 보여줬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화두로 티몬의 변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 모두 티몬의 대주주가 장 대표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주주에게 IPO나 실적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이를 위해 장 대표의 혁신이 성과로 연결되는 것을 기다리고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